감사한 일을 찾다보면 누군가에게 감사받을 일도 하고 싶어진다.
어제 밤새 첫째 아이가 장염으로 아팠다. 아이가 아픈 순간에야 나는 문득 알아차린다. 그간 아프지않고 잘 지내주었다는 사실이 참 감사한 일이었음을. 아픈 아이가 내내 신경이 쓰여 나도 함께 잠을 설쳤다. 그리고 또 하나, 출근이 염려되었다. 갑작스레 자리를 비우는 것도 신경이 내내 쓰였다. 아침에 교감선생님께 전화를 드릴까 하다 다행히 남편이 아침에 시간이 나서 병원에 데려간단다.
둘째 아이 손을 잡고 등원을 하며 한편으로는 병원에 가있을 남편과 아들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등원을 무사히 마친 뒤, 학교로 가는 길 남편에게 전화가 온다. 진료를 무사히 받았다며 뱃속이 부글거리니 장염증상 같다며 약을 처방받았다고. 집에 가서 밥먹이고 약을 먹인 뒤 학교를 보낸단다. 그제서야 눈앞의 것들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아침에 걸어가는 데 노란조끼를 입으신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밤새 더러워진 통학로를 열심히 치우신다. 그분들이 손길이 지나가는 자리마다 쓰레기로 몸살을 앓던 거리가 금세 깨끗해진다. 학교로 들어가는 길에 또 노란 조끼를 입은 녹색어머니회 봉사어머니들이 시야에 들어온다. 열심히 노란 깃발을 올렸다 내렸다 하며 아이들이 안전하게 길을 건널때까지 팔을 쉴틈없이 움직이신다.
늘 봐오던 풍경들이 오늘따라 참 감사한 날이었다. 아이가 여태껏 아프지않고 학교와 학원생활을 잘 버텨준 것과 남편이 직장에 아침부터 전화해서 사정을 말해 병원을 데려간 정성부터 시작해 출근길을 기분좋게 에스코트해준 노란조끼입은 천사분들의 작은 활약들 하나하나가 참 따스하게 느껴진 오늘이었다.
아이들에게 아침시간에 내준 주제 글쓰기. 아침 등교길 감사한 일에도 나와 같은 의견을 쓴 아이들이 참 많았다. 피곤할텐데 아침밥을 해 준 엄마에게, 등교 길 엘리베이터를 눌러준 고마운 이웃에게, 등교길을 쾌적하게 만들어주신 봉사할머니분들께, 차가 쌩쌩 달리는 큰길을 안전하게 건너게 해준 녹색어머니 분들께. 저마다의 감사함을 표현해놓았다.
이렇게 짧은 아침에도 감사할 일이 참 많다. 그만큼 우리 모두의 하루는 누군가의 다정함으로 무탈하게 돌아가는 거구나 라는 짧은 통찰에 가슴이 뭉근해지는 아침이었다. 갑작스런 아이의 장염으로 깨닫게 된 주변의 다정함과 감사함들. 매일 하루를 보내며 이런 다정함, 감사함들을 꾸준히 찾아내고 나도 그 감사함을 받는 사람이 되려고 작은 것 하나에도 다정함의 마법을 부리는 사람이 되어야지.
수업 후 늘 전화오는 아들의 전화를 무심하게 받거나 바쁘다는 핑계로 넘기는 경우가 많았던 요 근래를 반성하며. 수업이 끝나자마자 아들에게 전활걸어 괜찮냐고 따스하게 안부를 물어봐주는 엄마로 일단 다정함을 부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