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의 친구집에서 만난 다정함

별 것 아닌 작은 환대 종이에 가슴이 따스해지다

by 이유미

어제는 두 아이를 데리고 전주엘 다녀왔다. 바쁜 생활 탓에 만난지 일년이 다 되어가는 막역지우를 만나기 위함이었다. 둘다 독박인처지였기에 잘됐다 하며 전주 한옥마을에서 만나기로 합의를 봤다. 내려가는데 차로 꼬박 한시간 좀 넘는 짧은 거리지만 주말인지라 군데군데 교통체증을 겪으며 가다서다 하는 동안 뒷좌석의 아이들도 중간중간 짜증을 자주 남발한다.


겨우 달래 도착한 한옥마을, 눈을 씻고 보아도 주차할 곳이 마땅찮아 몇 바퀴를 빙빙 돌다 겨우 남은 한 자리에 주차를 했다. 두 아이를 챙겨 만남장소인 전동성당으로 향했다. 두 아이와 대동해 가는 길은 결코 순탄치 못하다. 차에서 부터 지금껏 언제 도착해 다리아파 배고파를 돌림노래처럼 반복해대는 두 아이들. 가는 길에 한 아이 엄마가 입을 삐죽이 내민 아들을 채근하며 “다시는 너 데리고 안나와”라는 말을 흘리고 갔는데 나도 그 말을 배턴처럼 이어 받는다.


“이럴거면 다시 집으로 돌아가”


잠시 숙연해진 아이들, 양쪽에 두 손을 잡고 발걸음을 재촉하는데 하늘에서 별안간 비가 와락 쏟아진다. 속에서 “망했다”소리가 절로 난다. 급한대로 근처 상가로 피신해 친구에게 전활걸었더니 일단 집으로 가자는 대답이 돌아왔다.


한 시간 넘는 운전에, 한옥마을에 당도해 비까지 맞으며 두 아이와 씨름한 상황에 몸과 마음은 이미 넉다운. 아까 입밖으로 내가 낸 말대로 다시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컸다. 운전대를 겨우 잡고 친구집으로 향하는 길. 아이들은 속에 묵혀둔 짜증을 차 안에서 잔뜩 쏟아낸다. 속에서 치미는 화를 겨우 눌러내고 드디어 도착한 친구네. 거기서 뜻밖의 장면을 목격하고 하루 종일 속에서 들끓던 화들이 일순 따스한 기체가 되어 단숨에 하늘로 올라가버린다.


“오는 길 힘드셨죠?우리집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00이가“


현관문 앞에 붙어있는, 형광색 펜으로 한 자 한 자 정성스레 쓴 환영문구. 친구의 초등학교 4학년인 딸 작품이었다. 별거 아닌 그 종이 하나가 이 문앞에 당도하기까지 내내 속으로 반복재생되던 “오지 말걸 그랬나” 라는 말을 “여기오길 잘했다”라는 말로 탈바꿈시켜버렸다.

따스한 환대로 샤워한 채 문을 열고 들어서니 고소한 치킨 냄새가 또 다시 우리를 환대한다. 멀리서 온 우리가 배고플까 염려해 친구가 가게로 직접 뛰어가 픽업까지 해서 온 것. 덕분에 내내 배고프다 징징대던 아이들의 입에서 드디어 그말이 쏙 들어갔다.


오랜만에 조우한 아이들은 신나게 게임을 하고 산책도 하고 술래잡기도 하며 그들만의 시간을 보내고, 나는 아이들을 챙기는 동시에 친구와 속깊은 대화를 나누며 안온한 시간을 잘 보내었다. 가는 길엔 동네 유명 빵집에서 산 빵 봉지를 손에 들려주고, 아이들은 악수도 하고 안아도 주며 눈물의 이별식을 치렀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뒷좌석 두아이는 잠들고 홀로 밤길 운전을 하니 아까 내가 받은 따스한 환대들이 파노라마처럼 차창밖으로 흘러간다.


집에 온 손님을 정성껏 맞이하려 공책을꺼내 형광펜으로 정성껏 환대 문구를 썼을 친구 딸. 나처럼 두 아이를 데리고 비오는 한옥마을에서 종종거리고, 음식 픽업하느라 발바닥 아프게 뛰고, 먹은 것 치우고 과일내고 간식내고 멀리서 온 손님은 편히 있어야 한다고 도우려 벌떡 일어나는 나를 자주 앉히던 친구 , 돌아갈때 안고 손잡으며 눈물까지 짓던 친구의 6살 아들. 그 따스함들이 나와 아이들 몸속에 스며 또 내일을 살아갈 힘으로 이어지겠지.


누군가의 다정한 마음씀씀이에 그 어떤 고통과 힘듬도 눈녹듯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어제의 일을 통해 또 절감한다.


집에 도착하니 부스스 눈을 뜬 아이들에게 말한다.

“너희들 데리고 오길 참 잘했다.”


밤길 운전이 걱정되어 연락이 온 친구에게도 답한다.

“이제 내 차례. 다음엔 우리 집에 놀러오렴“


그리고 덧, 아까 한옥마을 가는 길 만난 볼멘소리를 했던 엄마와 아들도 누군가의 작은 호의를 받고 “다음에도 오자”라는 말을 하고 돌아갔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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