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교길 아침을 밝히는 다정함들
오늘 아침은 유독 감사할 일이 눈에 많이 드는 하루였다. 간밤의 쓰레기를 말끔히 치워주고 계시는 주황색 조끼입은 봉사자분들. 학교 앞에서 교통지도를 열심히 하주고 계신 노란색 교통지도 도우미분들. 그리고 학교 계단에서 고개 숙여 열심히 청소하던 갈색 후드티를 입은 한 고학년 여자아이. 학교 교실로 통하는 중앙계단에서 노란색 초록색이 섞인 조끼를 입고, 전날 학생들이 바닥에 내팽개쳐둔 책들과 각종 간식 쓰레기를 말끔히 치우고 있는 우리학교 임원봉사단들.
주황 노랑 갈색 초록 마치 가을날 여문 단풍잎처럼 아름다운 그들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기분좋게 등교한 금요일 아침이었다. 그 모습들이 쉬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아 교실에 들어와 아이들에게 조심스레 오늘 아침은 등교길 만난 감사함 세가지를 쓰고 시작해보자고 했다. 3월부터 늘 알림장에 감사일기를 써온 터라 아이들은 내 제안에 망설임없이 바로 글을 써내려가기 시작한다.
1교시 시작 종이 적막한 교실을 깨우자 나는 오늘 아침 시작은 감사함 세가지로 열어보자고 했다. 그 말에 맨 앞자리에 앉은 00이가 손을 번쩍 들고 눈빛에 활기를 띄며 한자한자 또박한 목소리로 발표를 한다.
"먼저 아침에 아파트를 깨끗이 치워주신 경비아저씨께 감사합니다. 그리고 교문 앞에서 교통 봉사를 해주시는 꿈나무 지킴이 아저씨 분들. 또 교실로 오는 모퉁이 책방에서 열심히 책정리를 해준 친구들에게도 감사합니다. 이렇게 오늘 하루 감사한 일이 참 많다는 사실에 또 감사합니다"
나는 그 아이의 글을 거울처럼 바라보며 어쩜 오늘 선생님이 한 감사랑 꼭 들어맞냐며 반색했다. 그 말에 몇 아이들은 서둘러 감사일기를 추가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아이의 발표로 감사의 문을 활짝 여니 다른 아이들도 질세라 자신의 감사일기를 발표하며 어느 새 교실의 온도가 후끈해지기 시작했다.
학교 가는 길에 반갑게 알은 체를 해주신 관리사무소 아저씨께 감사하다. 어제 수학문제 틀린 것 알려준 00이에게 감사하다. 1인1역 시간에 반을 위해 열심히 청소하는 친구들에게 감사하다. 등 평소에는 무심히 보아넘겼던 누군가의 봉사에 대해 오늘따라 아이들은 큰 의미를 부여해가며 진심으로 감사의 말을 전하고 있었다. 최근 날씨가 추워진 탓인지. 그 추위를 포근히 감싸줄만큼 온기넘치는 누군가의 봉사가 절실한 요즘이라 그 봉사가 더 깊이있게 내게 다가왔다.
누군가를 위해 애정어린 관심을 주고 봉사하는 일, 사실 자신 안에 다정함이 차있지 않으면 결코 흘러나올 수 없는 일이다. 추운 아침 손을 호호 불어가며 더러워진 거리를 청소하는 것. 학교 곳곳에 날아다니는 먼지와 나뒹구는 쓰레기를 모아 버리는 것. 내게 작게라도 관심을 주며 인사를 해주는 것. 이 모든 건 그 사람이 품고 있는 다정함이 밖으로 흘러나와 누군가의 마음을 포근히 감싸안는 일이다.
사람이 살아감에 있어 먹고 마시고 즐기는 것도 중하지만, 그 기본 바탕인 마음을 뜨끈하게 데워주는 것은 바로 사랑. 그 사랑이란 건 남녀간의 로맨스나 가족간의 친밀한 관계에서 나오는 것이기도 하지만, 이렇게 주변에 있는 생면부지의 누군가에게서 은근히 흘러나오는 다정함이 주는 사랑의 울림이 더 크고 넓게 퍼지는 것이라 더 위대한 게 아닐까 싶다. 그 다정함으로 오늘 나와 아이들과 같은 등교길을 걸어온 사람들의 얼어붙은 마음에 따스한 온기 한 줄기가 흘러들어갔을테니까.
부디 오늘 반에서 그들의 공에 대해 흘러넘친 감사가 바람결에 그들에게도 전해져 오늘 하루 더없이 따스한 금요일이 되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