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빼로데이에 받은 다정함들

작고 사소한 막대과자에 전한 진심에 뭉클하다.

by 이유미

어제는 11월 11일 빼빼로데이. 매해 돌아오는 이 날은 사람들에게 상술이네 뭐네 하며 의견이 분분한 날이지만 나는 어린아이처럼 늘 이 날이 좋고 설렌다. 어린시절엔 막대과자를 합법적으로 많이 먹을 수 있는 날이라서 좋아했지만 성인이 된 지금은 조금 다른 이유로 손꼽아기다리는 날이기도 하다. 평소 손이 곱아들어 표현할 수 없는 진한 마음들을 빼빼로데이라는 날에 기대어 마음껏 전할 수 있다는 이유때문이다.


빼빼로데이를 앞둔 지난 일주일간 편의점 매대에는 빨강 초록 노랑 등 다양한 색채의 막대과자 박스가 즐비해있었다. 그 곳을 지나갈때면 이상스레 마음이 부풀어올랐고, 상술인 걸 뻔히 알면서도 마음을 전할 누군가들을 떠올리며 자연스레 발길이 그곳으로 향했다. 집에 있는 두 남매, 아이의 유치원 선생님, 남편, 그리고 동료선생님들을 머릿속에 떠올리며 장바구니에 그득 담아본다. 마침 2개사면 2개 더 얹어주는 행사를 했기에 부려볼 수 있는 사치였다.


빼빼로데이 전날, 포스트잇 쪽지에 각각의 다른 마음을 꾹꾹 눌어내어쓴다. 틈없는 박음질처럼 촘촘한 하루를 보내며 늘 속으로만 생각했던 마음을 한자한자 투명하게 적는다. 그렇게 완성된 빼빼로 한 뭉치를 보며 내가 먹은 것도 아닌데 괜스레 속이 든든해지는 느낌이다.

다음날,아침일찍 일어난 둘째의 얼굴에 가을 햇살을 담은 밝은 미소가 떠오른다. 연달아 일어난 첫째의 얼굴에도 봄날의 햇살같은 화사한 미소가 피어오른다. 뒤이어 따라나온 남편의 피로한 얼굴에도 옅은 미소가 봄날의 아지랑이처럼 은근히 올라온다. 이건 모두 식탁위 빼빼로가 일으킨 미소들이다. 막대과자 하나에 이토록 다양한 형태의 미소를 볼 수 있다니. 편의점을 그냥 지나치지 않길 잘했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아침이었다.


아침에 출근했더니 교탁 위에도 아침에 본 것과 꼭 같은 광경이 펼쳐져있다. 작년 제자에게서 온 메세지와 하얀빼빼로. 그리고 우리 반 아이가 직접 만들었다는 막대과자. 아침에 가족들에게서 본 세가지 미소가 내 얼굴에도 고스란히 내려앉는 순간이었다. 작은 과자보다 더 마음을 울린 건 나를 향해 보내는 그들의 메세지였다. 그날 6교시를 쉼없이 달리느라 턱끝까지 차오른 숨을 그나마 고를 수 있었던 건 모두 아침의 그 사소하고 작은 마음들 덕분이었다.


유치원 등원 길 아이 담임선생님들께 하나, 학교 출근해서 동료들에게도 하나씩, 나를 살뜰히 챙겨주는 지인에게 하나, 그리고 마지막으로 요가학원 선생님께도 하나. 그렇게 어제 나의 하루는 빼빼로로 열고 빼빼로로 닫았던 하루. 상술에 제대로 낚인 하루였지만, 어제만큼은 그 상술이 요술로 분한 날이 아니었을까? 막대과자는 끝내 표현되지 못하고 속에 먼지처럼 쌓일뻔한 누군가에 대한 진심을 투명하게 꺼내보일 수 있게 해준 마법봉일테고.


글을 쓰며 어제 일을 가만히 반추해본다. 어제 내가 얇은 잠바를 입고서도 덜 추웠던 이유는 막대과자라는 마법봉이 휘둘러 쏟아져 나온 수 개의 따스한 미소들이 내 주변을 포근하게 감싸준 덕분이 아닐까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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