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한마디,댓글 하나 속에 담긴 다정함들

소소하지만 남을 위한 일들

by 이유미

나는 매일 아침 아이들과 명언을 하나씩 쓰고 질문을 하며 하루를 열곤 한다. 오늘의 명언은 지난 금요일 아이들과 함께 본 원더라는 영화에서 본 격언.


"옳음과 친절함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친절함을 선택하는 것이 늘 옳다"


이 격언을 판서에 띄우자마자 눈썰미가 좋은 몇 아이들은 알은 체를 한다.


"어 이거 지난 주 영화에서 본 것이네요"


매일 명언을 찾는 일도 참 고된 작업인데 영화에서 떡 하니 나온 그 명언 하나에 마치 지나가다 500원 동전을 주운 아이처럼 일순 행복해졌었다.

아이들에게 내가 받은 친절함에 대해서 질문을 던졌더니 이런저런 답변들이 나왔다. 그 중 가장 내 뇌리에 깊이 각인된 것은 세 아이의 대답이었다.


"선생님이 일기장에 다정하게 댓글을 달아주신 일이요"

"선생님이 제 생일이라고 일기장에 젤리 하나를 붙여주신 일이요"


나는 그 답변을 듣는 순간, 별스럽지 않게 생각했던 일기장 댓글이 그 아이들에겐 선생님이 자신들에게 건네는 친절함이라고 여길 수 있다는 것에 콧날이 시큰해졌다. 아이들은 작게 마음을 써주는 일들에도 크게 감동하는 특별한 능력을 지닌 것 같다. 가끔 그런 능력이 부러워서 훔쳐오기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 들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


또 다른 한 아이는 내게 엄마로서 반성을 하게 만든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엄마가 자기 전에 다정한 목소리로 우리 아들 잘자렴.을 빠짐없이 해주시는 것이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어제의 내가 떠올라 얼굴이 화끈거렸다. 바로 어제, 아들이 열시가 넘도록 잠에 들지 못하고 뒤척이기에 다음날이 월요일이라며 지금 안자면 다음날이 피곤할거라며 호통을 쳤던 순간이 번개처럼 탁 하고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아이의 답변을 들으며 나도 오늘은 아들에게 잠자리에서 좀 다정하게 굴어야지 속으로 작게 되뇌었다.


그 얘기를 나누다보니 정작 나는 오늘 누군가에게 어떤 친절함을 베풀었는 지 곰곰 생각해본다. 그러던 중 업무메세지의 주황불이 반짝인다. 지난 주 코로나 진단을 받고 일주일 결근하신 영어선생님으로부터 온 쪽지. "지난 한 주 고생많으셨어요. 배려해주셔서 잘 쉬고 왔습니다. 이번 한 주 더 열심히 수업하겠습니다" 단 몇 줄의 문장에서 선생님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사실 지난 한 주 쉴틈없이 수업을 이어갔던 지라 고된 한 주를 보냈다.


하지만 선생님의 쪽지하나에 마음이 사르륵 녹아내렸다. 겨우 몸을 회복하고 돌아온 월요일. 쪽지하나 쓰기도 버거운 아침에 자신으로 인해 고된 한 주를 보냈을 선생님들께 시간을 내어 키보드에 한 자 한 자 마음담은 쪽지를 써넣었을 선생님을 떠올리니, 지난 주 마음 속에 잠시 돋아났던 날카로움이 부끄러워졌다.


나는 이 순간이 친절함을 발휘할 절호의 기회라 생각이 들었다. 단체 메세지라 그냥 넘길 수도 있었지만 표현하지 못한 마음들은 마음 속에 먼지처럼 남기만 하니 바로 표현하자 싶었다. 잠시 일거리를 제쳐두고 짧고 담백한 한 문장에 마음을 싣는다.


"잘 회복하고 오셔서 다행입니다. 후유증은 없으시지요? 건강관리 잘하셔요^^"


특별한 것 없는 사소한 한 줄이지만 선생님의 월요일을 조금 더 힘껏 열수 있는 피로회복제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보내기 버튼을 힘껏 눌러본다. 분명 영어선생님께 보낸 메세지인데 내 마음에 콕 하고 들어와 가슴 한 구석이 뜨끈해지는 기분이다. 한기를 가득 품은 바람이 온몸을 타고 들어오고, 연말을 앞두니 자주 무기력해지는 일상이다. 떨어지는 가을 낙엽을 보며 마음이 애처로와지기도 하고 자주 슬픈 감정이 목끝으로 자주 치받쳐 올라오는 요즘. 내 마음에 온기를 불어일으키는 것이 뭘까 생각해본다.


그 질문에 대해 곰곰 생각해보다 옮음보다는 친절함이 항상 옳다 라는 격언이 내 가슴을 파고들어온다. 아이들의 일기를 보고 삐뚤빼뚤한 글씨 지적보다는 잘한 내용을 친절하는 댓글을 정성스레 달아주는 일. 일찍 잠들지 못하는 아들에게 늦게 일어난다며 빨리 자라고 호통을 치기 보단 잘자렴 우리 아들 이라는 달콤한 말을 귀에 흘러들어가게 해주는 일. 단체메세지니 괜히 대답해서 귀찮게 하는 게 아닐까 고민하기보단 일에 방해받지 않게 담백한 한 마디로 자신의 마음을 전하는 일. 이런 사소한 친절들이 남을 살게도 하지만 결국 나도 살게한다는 사실. 누군가에게 전한 뜨거운 감정은 난로의 복사열처럼 내게도 간접적으로 전달된다는 것을 늘 이렇게 일상의 경험을 통해 절감한다.


가끔은 옳은 지적을 해주는 것도 응당 필요한 일이지만, 마음이 얼음장같이 차가워지는 날일 수록 옮음이라는 아이스팩보다는 친절함이라는 핫팩이 더 절실하니까. 그런 의미에서 나날이 매서워지는 아침 출근길, 주머니 속에 핫팩을 넣으며 마음 속엔 친절함이라는 핫팩도 함께 챙겨넣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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