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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뽀 엄마 Apr 04. 2023

별처럼 수많은 사람들 그중에 그대를 만나

일이 좋았다. 즐거웠다. 나의 노력으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뿌듯했다. 그래서 더 열심히 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세상은 염불보다 잿밥에 관심이 더 많았다.      


과장은 업무 능력보다 본인에 대한 충성도가 높고 인맥이 탄탄한 직원을 좋아했다. 때때로 몇몇 직원들과 식사를 하곤 했고, 드디어 내가 선택받는 날도 왔다. 저녁 식사를 하자고 했으나 평소에 존경심이라곤 1도 생기지 않는 상사인지라 거절했다. 나도 참 사회생활 능력치가 모자랐다.      


시댁 제사로 휴가 중이던 나는 동료로부터 발령이 났다는 전화를 받았다. 당시는 승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시기였는데 한직으로 밀려난 것이었다.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었다.      


직장으로 차를 몰았다. 눈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인사팀도 소속 부서도 아닌 국장님 실로 바로 들어가서 사직서를 제출하겠다고 말씀드렸고. 국장님께서는 나를 말려주셨다.


국장님과는 십여 년 전부터 알던 사이였으나 티를 내지 않았다.  직장에서는 업무 능력이 중요하지 인맥을 자랑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었는데, 내가 어리석었다.

나와 국장님과의 사이를 알게 된 과장은 이후 서너 번 밥을 사겠다는 연락을 했으나 나는 ‘건강하시라’는 말과 함께 정중히 거절했다.

내막이야 어찌 되었든 부끄러웠고 직장에서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A는 내 앞에서 줄곧 과장 험담을 했다. 내 앞에서 보인 나에 대한 호의는 나를 위하는 것인 줄 알았다. 나는 A를 좋아했고 심적으로 의지했고 친하다고 생각했다. 그런 A가 과장에게 동조하여 나의 발령에 협조한 사실을 본인의 입을 통해서 확인하던 날 나는 좌절했다. 본인의 이익을 위하여 나의 뒤통수를 쳤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나는 무너졌다.


다른 부서로 보낸 과장이 아니라 A의 행동을 보면서 나는 사람이 무서워졌다. 

자신감은 바닥을 쳤고 우울했다. 나는 가급적 사람들 눈에 띄지 않도록 피해 다녔다.

말하는 것도 숨을 쉬는 것도 싫었다. 아무 생각도 하고 싶지 않았다.



나는 퇴근 후 너와 함께 걸었다. 걷고 또 걸었다. 걷다가 벤치에 하염없이 앉아서 흘러가는 바람과 구름을 맞았다. 길가에 핀 꽃을 보고 떨어지는 낙엽도 보는 동안 수개월이 흘렀고, 우리는 또 걸었다.      


‘아~ 인간이란 렇게 잔인할 수가 있구나. 겉과 속이 렇게 다를 수도 있구나. 사람을 함부로 믿어서도 안 되며, 친하다고 혼자 착각한 것도 내 잘못이구나.’

나는 너와의 산책을 통하여 많은 반성을 하고 생각을 정리하게 되었다. 앞으로 어떻게 직장생활을 해야 할지도 다시 고민하게 되었다. 

이렇게 너는 나에게 인공호흡을 해주었고 나는 다시 숨을 쉴 수 있게 되었다.



전화위복이라 했던가. 나는 옮긴 부서에서 실력을 인정받아 상위기관에 스카우트되었고, 또 승진을 다.

네가 내 을 지켜주지 않았다면 그 힘든 시간을 어떻게 견뎠을까

죽을 만큼 힘들었을 때 나의 옆에서 묵묵히 위로가 되어준 친구는 바로 ‘너’였다.

나는 너를 위한 그 어떤 것도 아깝지 않게 되었다.


잠자리에 누우면 어김없이 다가와 팔베개를 하는 너 

너의 눈을 바라보며 나는 이선희의 ‘그중에 그대를 만나’를 부르곤 한다.      


“별처럼 수많은 사람들 그중에 그대를 만나 꿈을 꾸듯 서로를 알아보고

주는 것만으로 벅찼던 내가 또 사랑을 받고 그 모든 건 기적이었음을 //

별처럼 수많은 사람들 그중에 서로를 만나 사랑하고 다시 멀어지고

억겁의 시간이 지나도 어쩌면 또다시 만나

우리 사랑 운명이었다면, 내가 너의 기적이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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