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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뽀 엄마 Apr 06. 2023

네 번째 가족이 되다.

생후 6개월 즈음, 남편은 인터넷 카페를 통하여 뿌를 데려왔다.

뿌는 당시 2살이었고 3번의 파양으로 인하여 몸과 마음이 지쳐 있었다.  

귀가 가려운지 머리를 연신 흔들며 발로 긁기를 반복하다가 밤을 새웠다. 이튿날 병원에 갔더니 귓속은 엉망이었고 허리에는 맞은 듯한 상처도 보였다.    



뿌의 첫 이름은 ‘사랑’이었다. 뿌와 함께 온 동물병원 수첩에는 첫 주인할머니께서 지극정성으로 뿌를 돌본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뿌의 두 번째 주인은 인터넷 카페에 분양 흔적만 남긴 체 세 번째 주인인 아기엄마에게 뿌를 보냈다. 아기엄마는 뿌가 입질이 심하여 키울 수 없다는 이유로 인터넷 카페를 통해 3만 원을 받고 남편에게 팔았다. 뿌는 여자를 좋아했으나, 남자 어른을 보면 으르렁거리고 입질이 심한 것으로 보아 남자 어른에게 상처를 많이 받은 듯했다.    

 


얼굴에는 분노가 가득했고 눈빛은 불안했고 행동은 사춘기 반항아에 버금갔다. 끊임없이 마운팅을 하고 신발을 물어뜯고 식탁에 올라가 물컵에 오줌을 쌌다.

뿌는 머리가 좋았다. 조금 서운하거나 화가 나는 일이 있으면 남편 옷이나 가방에 어김없이 오줌을 싸서 복수를 했다.         

    


뽀와 뿌는 서로에게 관심이 없다. 우리가 집에 들어가면 서로 보호자 가까이에 앉으려고 자리 쟁탈전다.

뿌는 수년간 뽀와 서열 다툼을 했으나 두 배의 몸무게를 감당하기는 어려운 듯 체격에서 밀렸다.



뿌는 아직도 경계를 한다. 밥 먹을 때 간식을 얹어 주려고 가까이 가면  매번 입질을 하고 걷다가 꼬리털이라도 밟히는 날이면 사정없이 발을 공격한다. 자는 모습이 귀여워서 쓰다듬으려 하면 소스라치게 놀라며 도망간다. 우리 집에서 가족이 된 지 8년이 지났어도 2년의 아픔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 모양이다.     

   


뿌는 항상 내 발걸음보다 앞섰다. 눈치가 빨라 내가 어디로 갈지 살핀 후 먼저 달려간다. 먹는 양은 뽀와 비슷하나 쉴 새 없이 이방 저방을 뛰어다니니 배변 활동도 원활하다.

가끔은 "우와~ 뿌~ 대단하다. 너무 부럽다~" 라며 웃는다.  


 

뿌는 추위를 많이 타는 남편의 체질을 닮았고 뽀는 더위를 많이 타는 나를 닮아, 우리는 각자의 반려견을 데리고 따로 잔다.

뿌는 밤새 우리를 지키는 듯 이방 저방을 오가며 선잠을 자고, 퇴근 시간이면 어김없이 현관을 바라보며 가족이 돌아오기를 기다린다.  

    

요즘은 가끔 애교도 부린다. 나는 남편에게 우스갯소리로 농을 던진다.

“뿌가 오늘은 애견인 척하네. 사냥개가 애견이 되어 가네.”



뿌는 대체로 건강한 편이었고 눈에 종기가 났을 때 외에는 수술한 적도 없다. 목 디스크와 기관지염이 가끔 발병하면 약을 먹이는 정도, 백내장 안약을 넣고 주기적으로 건강 검진도 한다. 올해부터 심장이 안 좋아져서 심장약을 먹이기 시작했으나 생명에 지장이 있는 정도는 아니니 그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다.


뿌에 대한 남편의 사랑은 각별하다. 뽀가 뿌를 덮치기라도 하면 뽀에게 진심으로 화를 내고 혼낸다. 미용하러 가서는 “뿌가 목디스크가 있으니 조심해서 해주세요.” 부탁도 한다. 뿌도 자신의 보호자가 남편인 것을 아는 듯 이제 남편 무릎은 뿌의 지정석이 되었다.

      


“뿌~ 이제 안심하고 행복하게 살자~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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