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하나 외면하는 이들

노숙인의 겨울나기

by 장성수

크리스마스를 지나 강추위가 진행됐다.

뉴스 상으로는 서울 체감온도가 영하 18도라 한다.

중무장(?)을 하고 옷가지를 단단히 여민다

그래도 따뜻한 집이 있기에 감사할 따름이다.


2013년 새로운 겨울이 시작될 무렵, 서울 한 자치구에 위치한 노숙인쉼터에서 일하게 됐다.

당시 서울시 사업으로 '노숙인 동사방지'를 위해 아웃리치팀이 꾸려졌다.

한겨울 노숙인들이 노숙하는 장소를 찾아가 센터 입소를 권유하고 간단한 간식을 전달하는 일이었다.

당시 노숙인 중에 응급한 치료가 필요한 분들은 '국립중앙의료원'으로 안내 또는 동행하였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과거에 마주할 일이 없었던 노숙인들을 많이 만나고

서울역 '다시서기 센터'등 노숙인 지원시설을 약간은 알게 되었다.

노숙인쉼터에 입소한 동료시민들과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대화를 진행하였다.

노숙인에 대한 선입견이 다소 사라지고 미약하나마 그분들의 삶을 이해하고 재기의 의지를 보았다.


'주취자가 쓰러져 있다'는 신고는 계절을 가리지 않는다.

시민 중에 여전히 애주가(?)는 존재하고 때론 과도한 음주로 몸을 못 가누기도 한다.

요즘 같은 날씨에는 주취자 신고에 더욱 주의를 기울인다.

강추위로 인한 안전사고를 예방할 필요성이 더욱 커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주취자 신고 현장에서 가끔씩 노숙인도 마주하게 된다.

이 분들은 귀가할 집이 없다. 강추위에 그대로 노출될 뿐이다.

시설 입소를 권하기도 하지만 노숙인이 '주취 상태'이거나 '입소 거절 의사'를 밝힐 경우 입소가 불가능하다. 그들은 정처 없이 살이 에는 이 추위를 피할 장소를 찾아 긴 밤을 서성이며 해가 뜨기를 기다릴 뿐이다.


노숙인이 되고 싶어 노숙인이 된 사람은 없다.

개인의 일탈과 불운도 있겠지만, 우리 사회는 실패에 관대하지 않다.

개인의 실패는 개인의 근성이나 노력 부족으로 치부되곤 한다. 그들의 사연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

그리고 재기의 기회는 소원하기만 하다.


강추위가 예보될 때면 이따금씩 노숙인 분들이 떠오른다.

이 겨울이 노숙인에게 너무 가혹하지 않길

이 사회가 노숙인에게 너무 가혹하지 않길

존재하나 외면하는 노숙인의 겨울나기가 죽음으로 이어지질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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