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혈모세포이식실 무혈입성 (첫날)
원래는 안면 신경까지 퍼진 암을 방사선 치료로 잡고, 조혈모세포이식술을 10월에 들어가기로 했다.
허나 상태가 더욱 나빠져 생존 자체의 위협을 없애는 게 맞겠다 생각이 드신 교수님이 어제(24일) 밤늦게 병실로 직접 오시더니 그냥 이번 주 금요일까지 방사선까지 병행하며 조혈모를 같이 들어가자고 하셨다.
솔직히 나도 조혈모세포이식술을 그냥 빨리 들어가고 싶었다. 버킷림프종 이 놈은 정말 항암을 2주만 쉬어도 새로운 곳에 똬리를 트거나 암이 원래 있던 곳을 대바늘로 사정없이 찔러대는 극심한 암성 통증을 선사한다.
무려 2~3주가량 앞당겨진 치료에 처음 맞는 무시무시한 소문의 조혈모세포이식술이어도 반가운 마음이 너무 들었다.
그렇게 오늘 오후 2시 반에 조혈모실에 무혈 입성했다. 국립암센터의 조혈모세포이식실이 심지어 딱 일주일 전에 리모델링까지 마친 상태라 타이밍도 아주 기가 막혔다. 리모델링 전 사진을 이식 코디네이터 간호사분이 보여주셨는데 정말 무슨 6.25 시절 생화학 연구소 같았다.
지금은 2~3인실만 있고 화장실은 다 따로 쓴다. 화장실을 따로 쓴다는 게 난 너무나 좋았다. 그렇게 막상 와서 리모델링된 곳을 보니 만족스러웠다. 배경 사진으로 올린 곳에서 이제 나는 짧으면 3주, 길면 40일 정도를 지낸다. 여기서 나는 고용량의 항암을 맞아 정상인 조혈모 세포와 암까지 다 죽이고 미리 뽑은 나의 새 조혈모 세포를 또 이식해서 회복하며 다시 태어나는 거다.
창가 자리가 아닌 게 다소 아쉽지만 그래도 아늑하고 좋다. 첫날이라 손과 발로 방을 무척 돌아다니며 익숙해지려 움직였다. 싫든 좋든 이제 여기가 내 보금자리고 삶의 향방이 정해지는 곳이다.
가족과 연인과 친구들과 익숙한 나의 방이 아닌 새로운 사람들과 이불과 침대와 물건들이지만 잘 버터 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