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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림프암 투병기

feat. 빈 수액 걸대와 조혈모세포 이식 확정

by Vita

임파선과 날개뼈 주변에 다시 암이 커지고 난 후로 새로운 치료법으로 3번의 항암을 더 했다.


다행히 암은 다시 또 많이 줄었다.


성대 마비로 인한 연하 곤란 증상도 조금은 나아져서 음식 섭취도 가능해졌다.


암도 거의 없어졌고 영양 섭취도 제대로 이뤄지니 몸도 회복을 빠르게 했다.


물론 아직 목 쪽 감각 마비와 삼킴이 원활하지는 않다.


그래도 꽤 많이 호전이 됐다.


그래서 드디어 다음 주에 조혈모세포 이식을 한다.


좀 더 오래 있다 할 줄 알았는데 다음 주에 하자고 한다.


조혈모세포 이식을 하기 전 전반적인 몸 상태를 알기 위해 하루 종일 검사를 받으러 이 과 저 과 돌아다녔다.


조혈모세포 이식은 기존 항암보다 몇 배는 독한 항암제를 투여하는 치료법이다.


그래서 내 몸의 건강한 세포든 암세포든 모든 세포가 죽는다.


그렇기에 ‘조혈모'라는 세포를 미리 채집하여 얼려 놓는다.


그 이유는 조혈모는 혈액을 만드는 어머니라는 별명답게 적혈구•백혈구•혈소판 등 혈액의 주요 세포들을 생성하는 줄기세포인데,


강력한 항암제로 인해 뿌리까지 뽑히는 내 세포들이 다시 자랄 수 있도록 얼려놓은 조혈모 세포를 항암이 끝난 후 재이식하는 거다.


그래서 조혈모세포 이식을 하면 다시 태어난다고 표현을 한다.


내 몸이 리셋이 되는 거기에 신생아 때 맞는 예방 접종을 다시 맞는데 이렇게 보니 진짜 다시 태어나는 게 맞는 거 같다.


대부분은 조혈모세포 이식 치료법을 통해 완전 관해를 얻는다.


치료가 끝난다는 뜻이다.


참 우여곡절이 많았다.


정말 포기하고 싶은 순간들이 많았다.


하지만 이 악물고 버텼다.


그렇기에 지금은 암도 거의 없고 치료 종결을 위한 단계까지 왔다.


억겁의 시간을 타고 잘 버텨온 나 자신이 대견스럽고 소중하다.


수많은 고통을 넘어온 시간들이 있었기에 내가 존재할 수 있었다.


아무 수액도 걸려 있지 않은 빈 걸대.


조혈모세포 이식을 통해 앞으로의 인생에서는 저 걸대처럼 자유로웠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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