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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vecO Oct 25. 2022

내적 갈등

신입사원 친구를 보면 과거의 나를 보는 것 같다.




 아침부터 일이 휘몰아쳤다. 한 건 한 건 처리하다 보니 오전이 다 갔다.

 육아휴직을 떠날 사수가 자신의 업무를 하나씩 나에게 인계한다. 업무를 인계받을 때마다 나의 밑천이 드러나는 것 같아서 창피하다. 나는 경력직이지만 아직 부족하다.


 신입직원 친구가 내가 하는 업무에 대해 잘 모른다며 걱정한다. 내가 떠나면 이 일을 대체해야 할 친구이기에 상무님, 팀장님은 내가 그 친구를 가르치기를 원하신다.

 나는 이 문제에 대해 생각이 많아진다.

 처음 그 친구를 교육시키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싫었다. 괘씸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내가 전 직장에서 어떤 구박을 받으며 생존을 위해 이 분야를 공부했는데.. 모르는 사람을 다짜고짜 찾아가 이것저것 물으며 여기까지 왔는데..

 얼마 전 신입사원 친구의 연봉을 들었다. 나보다 900만 원이 높았다. 한 대 맞은 것처럼 멍했다. 내가 정말 그 친구를 가르쳐야 하는 입장이 맞는 걸까..

 그 친구는 평소 내가 하는 업무 분야에 관심이 없다. 그러다 그와 관련된 회의에 참석할 때 끝나고 설명해달라고 말한다. 괘씸하다. 나는 정말 내 분야가 좋고 그래서 더 욕심이 나는데, 정작 관심 없는 사람에게 결국 이 업무가 돌아간다니..

 그래도 그 친구가 나의 회사생활을 많이 도와주기에 차분히 설명을 해준다. 이해하려는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과거 나의 모습을 보는 것 같기도 하다. 내가 전 회사에서 알려주지도 않고 하라고 한다며 혼자 투덜댔는데, 그때의 사수가 나를 보는 모습도 그랬을까? 그래서 날 미워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 생각해보면 누군가 나를 가르쳐야 한다는 나의 생각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끼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친구에게는 모든 것이 생소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기에 그 신입사원 친구를 격려하게 된다.


마음이 복잡하다. 그냥, 그냥 복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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