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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vecO Nov 01. 2022

나의 능력

'뭘 감사해요. 이것도 다 본인 능력이지'




업무를 수행하다 보면 협조를 구해야 할 때가 많다.

나 역시 오늘도 역시 타 부서에 연락하여 자료 요청을 한다. 전화를 걸고, 나의 소속을 밝힌다. '안녕하세요. oooooo팀 ooo입니다'라는 자동안내멘트 같은 인사를 마친 후 용건을 말하려 한다. 갑자기 말을 끊는다. '어디요? 처음 들어보는 팀인데?' 예상치 못한 답변에 당황한다. 혹시 전화를 잘 못 걸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회사명을 밝혀 다시 말해본다. 역시나 처음 들어보는 팀이라고 답하신다. 다시 한번 또박또박 소속을 밝힌다. 그제야 알겠다고 하신다. 한 글자가 달라서 처음 들어보는 팀인 줄 알았다고 하신다.

 여기서부터 나는 이미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하지만 나는 자료를 요청하는 쪽이기에 웃으며 '제가 발음이 너무 안 좋았죠! 죄송해요 하하하'라고 답변한다. 그 후 '자료 요청 건으로..'라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안돼요~ 그런 거 요청하지 마세요~' 라며 장난치듯 말씀하신다. 나는 받아치듯, 바쁘시겠지만 한 번만 요청드린다고 말한다. '이름이 뭐라고 그랬죠?' 웃으시며 물으셨고, 이름을 알려드리니 곧장 나를 검색해 보신 듯 '어휴 예쁘시네~'라는 말로 시작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셨다. 실랑이하듯, 만담을 하 듯 자료를 얻기 위한 나의 노력은 이어졌다.


 14분 후, '즐거웠어요~ 다음에 또 통화해요~'라는 말과 함께 유선으로 4개의 수치 데이터를 얻었다. 나의 14분간의 노력의 결실은 유선으로 전달받은 4개의 숫자였다.


 파일은 정말 정말 필요할 때만 요청하라고 하셨다.


 전화를 끊고 나니 진땀이 빠졌다. 그래도 '다른 사람 같으면 없다고 모른다고 하는데 본인은 특별하 알려주는 거예요'라는 말에 성공했다는 뿌듯함이 든다.



 업무를 하다 보면 정말 여러 사람을 만나게 된다. 그 상황을 현명하게 대처하며 협조를 얻어내는 것 또한 개인의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보면 나는 오늘 나의 능력을 잘 발휘한 것 같아 뿌듯하다.

 통화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이 있다.


뭘 감사해요. 이것도 다 본인 능력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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