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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vecO Oct 31. 2022

다 그렇게

다 똑같구나..




 오늘은 같은 업종 경쟁사와 함께하는 회의가 있는 날이다. 경쟁사로 바로 출근한다. 10시, 회의시간에 맞춰가서 평소보다 여유롭다. 침대에서 핸드폰을 보다가 일어나고, 화장도 여유롭게 했다.

 경쟁사 사옥에 도착하여 사수를 기다린다. 원래는 우리 사옥에서 회의를 진행하려고 하였으나 적절한 회의실이 없어서 이곳으로 오게 되었는데, 사옥을 보니 기가 죽는다.

사수에게 연락이 왔는데 10시 30분 회의였던 것 같다며 주변 카페에서 기다렸다 들어가기로 했다. 카페에서 막 음료를 받아 여유를 즐기려던 순간, 연락이 왔다. 회의시간은 10시가 맞았다. 급하게 회의장소로 갔다. 모두들 서로 인사를 끝내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민망하게 들어가서 빈자리에 착석하자마자 바로 회의가 시작되었다. 우리는 경쟁 3사 중 뒤쳐지고 있다는 인식이 있는데 그 부분이 어쩔 수 없이 언급됐다. 지각과 그 일이 더해지니 초라해진 기분이다. 회의가 끝난 후 지각하여 못했던 명함 교환을 한다.


 회의가 끝나고 같이 점심식사를 했다. 식사 중 팀장님이 선임에게 전화를 했다. 간단한 대답과 식사 중이라는 말을 하고 끊었다. 잠시 후 나에게 팀장님 전화가 왔다. 식사 중임을 밝혔는데도. 전화를 받았다. 주간업무 작성한 것에 관해 물으셨다. 이 건은 어제 팀 주간회의에서도 보고한 건이고 매번 이야기가 자주 나오는 건이라서 간단히 설명드렸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데?'라는 말이 돌아왔다. 당황했다. 곧장 옆자리에 앉아있는 사수에게 질문했다. 결국 사수가 내 전화를 대신 받아 들고 자리를 떴다. 내 마음은 안절부절이다.


 식사가 끝난 후 택시를 타고 돌아간다. 택시 안에서 사수가 이런 이야기를 해줬다. '우선 당황하지 말고..'라는 말로 시작하는 사수의 말은 여태 내가 겪은 어떤 사수에게서도 못 들었던 말을 해줬다. 마음의 위안이 됐다. '나도 그랬어, 그럴 수 있지'라는 말이 나를 위로해줬다. 이 분은 정말 내 마음의 안식처 같다. 더불어 팀장님을 상대하는 법을 알려줬다. 그전에 한 번도 이 건에 대해 들어 보지 못하는 사람을 대하듯 처음부터 히스토리 설명을 해나가야 한다고 한다. 어렵다..


 오후에 부사장님 보고에 갑자기 참여하게 됐다. 내가 왜 들어가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애초에 예정된 멤버도 아니었고, 계약직인 나에게 오늘 보고할 업무(평소 내가 알고 싶었던 업무였음)에 대한 권한을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보고가 시작됐다. 오늘 부사장님 기분이 좋아 보인다. 평소 계약직인 나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으셨지만 오늘은 몇 번 나를 쳐다봐주신다. 보고 내용 중 이해가지 않는 부분이 생기자 보고자인 책임님께 되묻는다. 사실 너무나 기본적인 부분이라 질문 예상을 못하셨는지 책임님이 당황하셨다. 설명에 책임님이 습관적으로 하는 미사어구가 많아진다. '똑같구나..'라고 생각해본다. 내가 당황하는 것처럼 11년 차 책임님도 똑같이 당황한다. 되새겨본다 스스로를 너무 채찍질하지 말라는 사수의 말을.


 팀장님이 옆에서 거들어봤지만 사태가 더 심각해졌다.

부사장님은 신입사원을 굉장히 마음에 들어 하는데, 신입사원에게 물어본다. '너 알아듣겠니?' '네' 하고 대답하자 설명하라고 하신다. 신입사원이 당황했는지 횡설수설이다. 그러자 나에게 묻는다. 나는 완벽히 이해하고 있었다. 설명을 했다. 이해하셨다. 기분이 좋았다. 팀장님, 책임님, 신입사원도 하지 못한 것을 내가 해냈다. 회의 말미에 소감을 이야기해보라고 하신다. 신입사원은 본인의 부족한 점과 스터디해야 할 부분에 대해 언급한다. 나에게도 질문하셨다. 나는 이 기세를 몰아 깊이 있는 대답을 해본다. '이 사업에 내가 많은 관심이 있어요!!' 하고 어필해본다.

 회의를 마무리하며 보고자였던 책임님께 나도 함께하여 잘해보라고 격려하셨다.


 오늘 특별한 이슈는 없었지만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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