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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vecO Nov 08. 2022

나를 믿자

지난 며칠간의 고찰 끝에 얻은 결론 '나를 믿자'


나는 나를 믿어야 하는 사주라고 한다. 그래서 나를 믿어 보기로 했다.



 이번 주 내내 검증으로 정신이 없다.

 검증은 우리 회사가 어떤 제도를 법적 기준에 맞게 잘 이행하고 있는지 제삼자를 통해 받는 것이다. 검증심사원이라고 함은 제 3자 검증을 수행하는 자격을 갖춘 사람을 말한다.

 며칠간 검증심사원과 검증을 다니며 현장을 방문했다. 딱히 특별한 공정이 있는 업종은 아니라 계측기나 장비가 있는 현장을 주로 방문했지만 사무실에 앉아서 많은 생각을 할 때보다 마음이 편안하다.

 과거 철강업종 현장검증에 참여한 적이 있었는데, 위험한 공정이 많은 철강업종 현장을 보는 게 무서운 것보다 내가 저 살아있음을 느꼈던 것 같다. 나는 현장업무가 적성에 더 맞는 것 같기도 하다.

 나이를 지긋이 먹은 심사원님들과 함께 다니는 것은 새로운 관점을 배울 수 있어서 좋다. 업무적으로나 업무외적으로나 나에게 큰 도움이 된다. 업무적으로는 내가 경험하지 못했던 부분을 사례로 설명해주셔서 더욱 좋은 교육의 현장이나 다름이 없다. 내가 많이 아는 것 같아도 아직 부족하구나.. 하는 것을 느낀다. 또한 업무외적으로는 '다른 사람들은 이런 생각을 하는구나, 저 나이대 분들은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 더 익숙하구나' 라며 타인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진다.

 그렇게 검증기간 내내 그분들의 이야기를 듣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검증 마지막 날 식사를 함께하며 심사원님이 나에 대해 물으셨다. 나의 경력에 대해 물으셨다. 내가 간단히 대답했다.

 '어휴 여기서 제일 많이 아는 사람이네'

내 말을 들은 검증심사원님이 답해주셨다.


 맞다. 사실 나는 검증이 완료된 건을 제도를 규제하는 입장에서 최종적으로 검토하는 역할을 했다. 현장에 대한 지식은 부족할지 몰라도 제도 자체에 대한 이해도는 내가 지일 높을 수 있다.

 최근 면접을 보고 내 경력의 현실, 문제점을 지적받아서 그런지 한 껏 주눅 들어있었다. 이력서에 이력이 많다는 이유로 나라는 사람은 일관성 없고 끈기 없는 사람이 된 것 같았다. 면접에 참여했던 팀장이 다그친 것과 같이 짧은 경력에 회사만 옮겨다닌 사람이 된 것 같았다. 하지만 심사원님의 저 말을 듣고 나니 잊고 있었던 내 모습이 생각났다. 낮은 연차에 팀장 자리에 앉게 된 것, 팀장으로서 팀원들이 올바른 방향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인도한 것, 밤을 새워 자리에 앉아서 팀원들을 위해 고민한 것.

 이력서만 보면 표면적으로는 내가 그렇게 비칠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누군가 말을 걸면 당황한다. 나 자신이 확신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나 자신의 의견에 확신하지 못해야 하는 사람이 아니다. 이 업무를 이 정도 깊이 있게 경험한 사람은 내 주변에 나뿐이다.


그래서 나는 내 의견에 확신을 가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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