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자는 성악설을 주장하여 "인간의 성품은 악하다. 선한 것은 인위(人爲)다."라고 하였다.
핸드폰을 바꿨다.
그런데 기분이 좋지 않다. 3년 하고도 @개월을 더 써온 핸드폰의 배터리 수준과 비슷한 배터리 사용 속도를 보이기 때문이다.
새 핸드폰인데 이러니 화가 난다.
출근하자마자 옆자리 책임님을 붙잡고 묻는다. 배터리 성능이 너무 안 좋은 것 같지 않냐고. 나와 비슷한 시기에 핸드폰을 바꾼 책임님은 항상 90% 대를 유지한다고 하신다.
기분이 나쁘다.
차별당하는 것 같은 가분이다.
오늘은 보고가 있는 날이다. 보고 전 보고자료 검토를 위한 회의를 진행한다. 인쇄물을 출력하지 않고 노트북을 들고 회의실로 향했다.
회의가 한참 진행되던 중 내 노트북이 꺼졌다. 전원을 분리한 지 약 30분가량 된 시점에 노트북이 방전되어 그냥 꺼졌다. 당황스럽다. 평소엔 전원을 연결하여 사용하기에 100% 충전 상태에서 전원이 분리되었을 텐데, 삼십 분 만에 꺼지다니..
너무나 당황스럽다. 그리고 그 뒤에 현실을 자각하게 된다.
노트북은 처음부터 이상했다. 팀원들은 내 노트북 교체를 꺼려했다.
나는 계약직이다.
이런 것이 바로 계약직으로서 받는 차별인가 보다.
후회스럽다. 나를 이곳으로 인도한 분이 원망스럽다..
처음 합격한 후 이 감사함을 잊지 말아야지 했는데, 사람은 참 간사한 것 같다. 아니 내가 그냥 간사한 사람일지도..
오늘은 하루 종일 배터리에 시달린 것 같다. 핸드폰 배터리, 노트북 배터리... 배터리에 시달리면서 나의 현실에 대해 다시 깨닫는다.
이곳에 있으면서 나의 사악한 모습을 종종 발견하는 것 같아서 죄책감이 든다. 착한 마음을 가져야 하늘도 나를 도울 텐데, 나는 마음가짐부터 틀려서 이런 합당한 시련을 겪는 인생을 사나 보다.
한편으로 나만 이런 것이 아니길, 성악설을 믿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