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한일 가족의 일본에서 새해맞이....
"벌써 오늘이 24년 마지막 날이라고?!"
12월27일 금요일부터
대부분 회사에서 연말 마감을 하고 휴일에 들어갔다.
그래서였는지
12월31일 화요일,
올해 마지막 날인것을
그 날 밤이 되어서야 깨닫게 된것이다.
일본인 아내에게 이렇게 질문을 던졌다.
"일본도 새해가 되면 종을 치지?"
"그럼, 종 치지"
"3..2..1 카운트다운 하고 종을 쳐?"
"아니, 일본은 조용히 쳐, 그리고 대부분 종치는 영상은 잘 안봐..."
"그래? 지금 몇시지?"
"밤11시40분"
"종 치는거나 같이 볼까?"
나의 즉흥적인 제안에 우리는 거실로 나와 TV를 켯다.
거실 바닥에 건조된 빨래들을 펼쳐놓고
빨래들을 개며 일본에서의 새해를 맞이할 준비를 했다.
여러 방송사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새해맞이 준비를 하고 있었다.
가수들이 축하공연하는 방송채널부터... 절에서 종치는 NHK방송까지...
우리는 여러 채널을 돌아보다 클래식 오케스트라 연주로 새해를 맞이하는 방송을 선택했다.
3...
2...
1...
"あけましておめでとうございます。(열려서 축하합니다!)"
TV 속 진행자와 연주자들이 새해 인사를 주고받았다.
한국에서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하지만,
일본은 '열려서 축하합니다'라고 새해 인사를 한다.
우리 부부도 어색하게 서로를 바라보며
"열려서 축하합니다... 올해도 잘 부탁합니다"
라고 인사를 나누었다.
일본에 온 지 7년째다.
말레이시아에서 유학 중에
지금의 아내를 만나 5년간의 긴 연애를 하였다.
더 이상 장거리 연애를 못하겠다 싶어
일본어도 못해 더듬거리던 나였는데,
일본의 장인어른을 찾아가
결혼하게 해달라고...허락을 받았던....
그때가 엊그제 같은데...
그렇게
단 돈 500만원 들고
일본에 건너와 살림을 시작했던
지금은 찾아보기 힘든
그 용기와 패기는 어디로 간 걸까?
뭐든지 다 해낼수 있을거라는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똘똘 뭉쳐있던
그 시절의 나를 떠올리면 민망하고 부끄럽고 웃음짓게 된다.
그래도 용케 7년 동안
무탈하게...
아이 둘 낳고...
지금까지 식구들 안 굶기고
부족함없이...
행복하게 잘 지내온거 같다.
이제는 얼마나 잘 적응해서
잘지내고 있는지
푸근하게 튀어나온 나의 뱃살이 현재 상황을 증명하고 있다.
이렇게 잘 지내온 것에 대해 또 한번 감사하며
오늘도 새해를 맞이했다.
아침이 밝았다.
아이들이 하나둘 일어나고 새해 첫날부터 육아 전쟁이 시작되었다.
아침밥 먹이고, 씻기고, 집 청소하고, 옷도 단정하게 입혀 집을 나섰다.
대부분의 일본인들은 새해 첫날 신사로 향하기에,
새해 첫날, 신사는 인사인해를 이룬다..
우리 가족은 기독교 신자이기에 새해 예배를 드리러 갔다.
아차!
그러고 보니 예배 시간을 착각하여 더 일찍 집밖을 나오게 되었다.
일찍 나온 김에 와이프가 사고 싶은것이 있다고 하여
근처 쇼핑몰에 들리기로 하였다.
일본의 신년 쇼핑몰은 初売り(첫 판매)와 福袋(복주머니)로 손님들이 북적인다.
첫 매출이 좋아야 한 해가 순조롭다는 믿음으로 높은 할인율을 제공하는 初売り(첫 판매),
그리고 福袋(복주머니)도 일본 새해 재미 중 하나 인데...
판매가보다 더 많은 가치를 가진 상품들이 랜덤으로 담긴 福袋(복주머니)는
그 안에는 엄청난 고가의 제품이 들어 있을수도... 있다는 기대감으로 소비를 부추긴다.
아내는 Kaldi라는 식료품 매장에서 커피콩이 담긴 福袋(복주머니)샀다.
福袋(복주머니) 속에 프리미엄 커피 콩들만 들어있다고...
빨리 집에서 커피를 내려 마시고 싶어하는 들뜬 모습을 보니 참 재미있었다.
이 또한 일본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신년의 즐거움이다
간단한 쇼핑을 마치고 교회로 향했다.
일본은 전체 인구의 1%만이 기독교 신자여서 대형 교회가 거의 없다.
우리가 다니는 교회도 3층짜리 건물의 소박한 규모이다.
지방이나 시골쪽으로 갈수록 교회는 더욱 드물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언덕에서 내려다 보면 붉은 십자가가 즐비했던 풍경이 떠오른다.
이는 한국과 일본의 종교적 문화적 차이를 잘 보여주는 한 단면이였다.
교회에서
한 시간 정도의 신년 예배를 드린 후
잠시 교인들과 짧은 담소를 나누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는 가족들과 함께 먹을 새해 음식이 준비되어 있었다.
일본의 새해 음식은 '오세치(おせち)'이다.
도시락 같은 반첩에 다양한 반찬들을 담겨져 있다.
'오세치'가 왜 이렇게 도시락처럼 생겨서 담겨 있는지 장인어른에게 물어 보았다.
옛날에는 1월 1일부터 며칠간 모든 상점이 문을 닫았기에,
새해동안 먹을 여러 반찬들을 미리 준비해 담아 두기 위한 것이
시작이라고 장인어른이 설명 해주었다.
장인어른의 어린 시절만 해도, 어머님들이 직접 여러 가지 반찬을 만들어 반첩에 다 담았다고 한다.
"이 많은 반찬을 어떻게 다 만들었대요?"
"새해 몇일 전부터 계속 주방에서 요리만 하는거지"
역시...한국이나...일본이나...
새해(설날)을 맞이하는 어머님들의 대단함을 한번 더 느꼈다.
이반찬들은 주로 술안주 역할을 했기에, 대부분 간이 짜고 달았다고 한다.
오랜 보관을 위해 간을 세게 하는 것도 이유 중 하나였을 것이다.
올해는 지인께서 '오세치'를 선물로 보내주어 가족들과 함께 먹었다.
(이것도 엄청 짰다.)
30년 넘게 살아온 고국이 아닌
다른 타지에서 새해를 맞는다는 것은
여전히 아직도 색다르다.
다른 언어, 다른 환경, 다른 음식으로 맞이하는
새해...
이제 적응 할 법한데...
아직도 뜨끈한 떡국에 김장철 담은 김치와 먹던 그 맛과 추억이 그립다.
오랜만의 브런치 글로...
평범한 일본의 한 가족이 보낸 새해 하루를
일기처럼 작성해보았다.
그러고 보니...
올해 뱀의 해구나...
내가 뱀띠인데...
올해는 나의 해였구나.
2025년...
정말 빛나는 나의 올해가 되기를...
브런치 글을 읽어 주신 모두들
"あけましておめでとうございます。(열려서 축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