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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hoPapa Jan 05. 2025

한국 놀이터는 없고, 일본 놀이터에는 있는 것들...

한국인 아빠의 일본 놀이터 전격 탐구 및 발견


"이번 주말에는 뭐할래?"

"아빠, 오늘은 공원에서 배를 타고 싶어!"

"저번에 오리배 탔잖아"

"아니, 오늘은 나룻배 탈래!"


집 근처에서 조금만 가면(걸어서 갈수 있는 거리) 큰 녹지공원이 있다.

그 공원에 조그마한 저수지가 있는데...

거기서 오래배와 나룻배를 탈수 있다.

심지어 가격은 30분에 오리배(500엔), 나룻배(300엔)

아주 저렴한 가격에 만족스럽지만...

열심히 오리배 패달을 밟던지, 나룻배의 노를 저어야되는건

온전히 나의 몫이라는 거...ㅠㅠ

저번주 탔던 오리배 (언제나 타는 사람도 적고 한적하다.)




아이를 키우다보면 놀이터에 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상이 된다.

집 앞 동네 작은 놀이터도 정말 자주 가고 (주4-5회?)

조금 걸어가 녹지 공원 안에 놀이터는 시간 때우기에 참 좋다.

주말만 되면 새로운 공원과 놀이터를 찾아 돌아다니며 시간을 보내왔다.

이런 나만의 경험 데이터를 토대로...

한국의 놀이터는 없는데 일본 놀이터에 있는 것들을 몇가지를 굉장히 주관적으로 적어보려 한다.

내가 처해있는 환경과 한국에 방문했을때 들렸던 몇몇 놀이터들의 느꼈던 것들로 작성한 글이니 전체를 대변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기억해주시고 그냥 재미있게 들어 봐줬으면 한다.




한국 놀이터에는 없고, 일본 놀이터에는 있는 것  

하나. 흙 바닥


아이를 키우는 분들은 공감할 것이다.

흙 바닥이 얼마나 짜증나는지...

옷, 손, 머리, 온몸에 흙투성이가 되어 버리고,

집에 돌아와서 온통 흙먼지와의 사투를 버려야 할 정도로 일거리가 많아지고 골치아프다.

만약, 흙바닥에 넘어지기라도 하면 작은 흙 자갈에 손바닥, 무릎팍 다 긁히고 상처도 나기 쉽다.

하지만 일본 놀이터는 거의 다 흙바닥이다.

그래서 옷이, 온몸이 흙투성이가 되어도 넘어져서 상처가 나도 그러려니하고 흙에 관대해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한국에 방문했을때 대부분 놀이터는 우레탄 바닥이였다.

흙먼지 걱정도 없고, 약간의 쿠션이 있기에 넘어져도 괜찮았다.

부모의 관점에서는 너무 좋았다.


하지만... 일본에서 놀이터를 다니면서 흙이 주는 놀이가 얼마나 많은지 조금씩 깨닫게 되었다.

아이 데리고 놀이터에 가면 한번씩 흙으로만 한창 노는 모습을 종종 보았다.

나뭇가지로 흙에 그림그리기, 흙 모래 쌓기 놀이,  때로는 특이한 모양의 돌들만 고르고 찾는 놀이 등등...

아이들은 흙을 가지고 무한한 상상력을 펼치고 있었다.


놀이터 친구와 낙엽 모으며 노는 중...


놀이기구가 아닌 자연과 함께 노는

흙이 주는 재미, 흙 한 줌에서 재미를 발견 모습을 볼때마다...

많은 것을 느끼게 된다.




한국 놀이터에는 없고, 일본 놀이터에는 있는 것  

둘. 위험해 보이는 놀이기구


일본에는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놀이기구들이 많다.

높이가 4-5미터는 되어 보이는 미끄럼틀

어른키를 훌쩍 넘는 철로 만들어진 높은 정글짐

특이한 모양의 삼각 콘크리트벽...등등

떨어지면 크게 다칠거 같은 아찔해보이는 그런 놀이기구들을 쉽게 볼 수있다.


위험해 보이지만...

다르게 말하면

스릴 넘치고 재밋어 보이는 것들이다...

집 앞 공원에 있는 아주 긴~~ 미끄럼틀


이런 스릴 넘쳐 보이는 놀이기구들을 보면 아이들은 무서운지도 모른채 신나게 달려든다.

처음에는 아이 곁에 바짝 붙어서 조마조마하며 지켜보며 함께 탔다.

그런데 이제는 아이가 제법 익숙해졌는지...

긴 미끄럼틀도 혼자서도 잘 타고,

정글짐도 겁 없이 올라간다.


이런 도전적인 놀이기구들이 아이들의 신체 발달과 자신감 향상에 도움이 되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아이들이 즐거워 하는 것은 분명하다.


돌이켜보면...

나도 어릴 적 놀이터에서 꽤나 위험하게 놀았던 것 같다.

미끄럼틀을 오를 때 계단 대신 꼭 벽을 타고 올라가던지...

회전기구(뺑뺑이(?))를 탈 때도 안쪽이 아닌 꼭대기에 올라 앉아 높은 곳에서 타곤 했다.

그렇게 놀다가 다친적도 몇번 있지만...

지금처럼 쪼~~금만 위험해보여도... "안돼, 위험해" 라고 제지 당하지 않았다.

우리 사회가 언제 부터 이렇게 안전에 예민해졌는지 모르겠다.

나 역시 위험해보이는 행동을 할 때면 "위험해"라고 수시로 외치긴 하지만...

이런 스릴과 스스로 도전하고 즐길수 있는 기회마저 빼앗는 것이지 않을까라는...

아이들의 안전과 모험 사이에 부모가 어떤 균형을 찾아야 할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철봉 매달리기는 첫째가 제일 좋아하는 놀이이다.


한국 놀이터에는 없고, 일본 놀이터에는 있는 것  

셋째. 큰 나무와 숲

일본 놀이터에는 대부분 큰 나무들이 많이 있다.

수십 년은 되어 보이는 나무들이 자주 찾는 놀이터이지만 매번 색다른 계절감도 느끼게 해준다.

봄이면 벚꽃이 흩날리고,

여름이면 짙은 녹음이 시원한 그늘이 되어주고

가을이면 단풍이 물들고 낙엽이 흩날린다.

겨울에는 앙상한 가지 사이로 햇살도 스며 든다.


아이들은 이런 나무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며 논다.

나무를 오르기도 하고, 떨어진 낙엽을 주워 모으기도 한다.

나무 사이를 뛰어다니며 즐거워하는 모습이 정말 멋지다.



공원에 있는 놀이터는 작은 숲이 있어 계절마다 다양한 나무 열매들이 떨어져 있는데

그것을 줍고 모으는 것도 하나의 놀이가 된다.

도토리와 솔방울을 주워 모으며 아이들은 자연이 주는 변화를 배운다.

자연의 놀이 환경은 아이들에게 단순한 놀이 공간 이상의 의미를 준다.

인공적인 놀이기구만으로는 얻을 수 없는 자연과의 교감, 계절의 변화, 생명의 순환을 직접 체험하게 해주는게 아닐까




한국 놀이터에는 없고, 일본 놀이터에는 있는 것  

넷째. 아이들


사실 이렇게 글로 적고 싶지 않지만...

나의 솔직한 느낌이다.

출생아 수가 적으니까 이런 단편적인 이유가 아니다.

일본 놀이터는 확실히 놀고 있는 아이들이 많았다.

하교한 초등학생들이 가방을 메고 놀이터에 들른다.

주말이면 더 많은 아이들이 모여서 논다.

그래서 궁금했다. 한국의 아이들은 다 어디서 놀고, 어디에 있는지...

그런데 금방 그 궁금증은 해소 되었다.

한번은 첫째와 같은 또래가 있는 한국 사촌집에 놀러간적이 있었다.

아이들을 데리고 어디가지 얘기를 나누다 자연스레 '키즈카페'로 가게 되었다.

그때 깨달았다.

한국에도 이렇게 많은 아이들이 있었구나 라는 걸...

큰~~ 대형 키즈카페의 규모에 놀랐고, 수많은 아이들에 또 한번 놀랐다.

일본에서 쇼핑몰 안에 키즈카페는 몇군데 가본적 있었지만...이런 대형 규모는 아직 본 적이 없었다.

이런 규모의 키즈카페가 한국에 이렇게 많았는지 전혀 몰랐다.


그런데 그럴수 밖에 없는 이유도 금방 알게되었다.


내 어린 시절을 떠올려보면, 초등학교 때 살던 집 주변에는 놀이터가 참 많았다.

집 바로 앞의 작은 놀이터를 비롯해, 걸어서 10분 거리의 빌라단지 놀이터,

또 다른 방향으로 10분만 가면 나오는 큰 놀이터, 그리고 아파트 단지 안의 놀이터까지.

혼자서도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놀이터가 5곳이나 있었다.

친구들과 이 놀이터들을 돌아다니며 놀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얼마 전 한국의 부모님 댁에 방문했을 때

옛 추억이 깃든 초중학교 근처를 들렀다.

어릴 적 가장 자주 놀던 집 앞 놀이터도 찾아가보았다.

그때는 모래 흙바닥에 미끄럼틀, 그네, 뺑뺑이, 철봉 밖에 없던 작은 놀이터 였는데...

가보니 이제는 흙 바닥 대신 깔끔한 우레탄 바닥이 깔려 있었고,

추억의 놀이기구들은 모두 공동 운동기구로 바뀌어 있었다.

아이와 함께 다른 옛 놀이터들도 찾아다녀봤지만 사정은 비슷했다.

아직 놀이터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곳도 있었지만,

규모가 많이 줄어들어 예전처럼 아이들이 몇 시간씩 놀기에는 부족해 보였다.



그네 타고 있는 둘째(만1세), 첫째(만4세)


결국 우리가 찾은 곳은 새로 지어진 아파트 단지의 놀이터였다.

흙바닥의 정취는 없었지만, 아이가 좋아할 만한 크기의 놀이터였다.

그런데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40층 높이에 600세대나 되는 대단지 아파트에 놀이터가 고작 2개뿐이었다.

단순히 계산해도 한 세대당 아이가 한 명씩만 있어도 600명인데,

놀이터 하나당 300명의 아이가 이용해야 하는 셈이다.

그런데 실제로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들은 20명 내외였다.

그러면 도대체 이 600세대 아파트에 아이가 몇명 정도 있는지 계산이 안나왔다.


 



처음 서두에 말했던 거 처럼...

이 글은 매우 주관적인 관점으로 쓴 글이다.

한국에서 아이를 키우시는 분들 중에도 자연과 어우러진 잘 조성된 놀이터에서 풍성한 시간을 보내시는 분들도 많을 것이다.

반대로 일본에 살면서도 본인이 경험한 일본 놀이터와 내가 묘사한 것과 다르다며 공감을 얻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 글에서 이야기한 차이점이 절대적인 현실인지 아닌지 나도 알 길이 없다.


다만 내가 이 글을 통해 전달하고 싶은것은...

'아이'와...

'놀이터'라는...

공간에 대해...

우리 모두가 여러가지 생각을 해보게 한 것이다.


우리 각자가 어린 시절 놀이터에서 만들었던 소중한 추억이 있듯이...

지금의 우리 아이들에게...

또 앞으로 태어날 미래의 아이들에게...

'놀이터'는 어떻게 기억되고 남을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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