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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원고를 보낼 때

한글 파일 기준

by 대낮

출판사에서는 한글프로그램 많이 쓴다. 저자가 워드로 보냈다고 뭐라 하진 않는다. 그렇지만 한글 선호. 둘 다 쓰는 편집자는 많지만 워드만 쓰는 편집자는 드물다.


들여 쓰기 하지 말자.

초교 파일교정 하는 중에 들여 쓰기 해제하다가 이 글을 적고 있다. 지금 보는 원고는... 어느 문단은 두 칸 띄고 시작하고 어느 문단은 한 칸 띄고 시작했다. 뭐가 맞냐고? 들여 쓰기 하지 말자. 문단 스타일 적용이든 눈금자 사용이든 그냥 안 하는 게 제일 편하다. 원고지 사용법대로 쓰지 않아도 된다. 첫 칸부터 적자. 디자이너가 사용할 텍스트는 그게 편하다.


문서 디자인에 신경 쓰지 말자.

제목이라고 가운데 정렬하고 그런 거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북디자이너가 알아서 예쁘게 해 준다. 제목과 소제목이 본문과 구분되게 글자 크기를 다르게 하면 된다. 에세이는 그럴 일이 별로 없지만, 혹시 대제목 중제목 소제목 더 작은 제목으로 분류가 필요하다면 각 제목 글자의 사이즈를 맞춰줘야 한다. 소제목인데, 중요한 내용이라고 갑자기 큰 글씨에 볼드로 제목 달면 혼동이 온다. 이거 중요한 내용이라고 본문에서도 굵은 글씨 넣고 밑줄 넣고 하지 말자. 디자이너에게 넘길 때 밑줄 다 해제해서 넘긴다. 편집 디자인에 세세한 의견을 내고 싶다면 조판된 pdf파일에 메모로 적자(들어줄지 안 들어줄지는 나도 모른다.ㅎ)

아무튼 저자는 설정하느라 신경 쓰고 편집자는 설정 해제하느라 신경 쓴다.


편집 양식은 따로 없지만 예쁘게 할 필요 없다.

투고용은 여러 팁이 공유되는 것 같던데... 초교용으로 출판사에 보낼 때는 출판사에서 별도로 요청한 게 없다면 그냥 기본으로 보내면 된다. 북디자인은 디자이너에게 맡기자. 160%, 10포인트. 글씨체도 딱히 고르지 말자. Kopub바탕체나 함초롱 바탕이 따옴표와 쉼표 모양 보기에 제일 편하다. 따옴표 방향 틀린 거 확인해야 하니까. B5로 하거나 여백을 너무 좁게 하거나 넓게 하거나 브런치에서 보던 고딕이 예뻐 보인다고 고딕으로 보내지 말자. 고딕은 그대로는 못 본다. 문장부호 확인이 어렵다. 설정 다시 해서 봐야 한다. 양이 많으면 이거 고치는 것도 일이다. 그냥 보내도 아무 말 없었다고? 그냥 편집자가 고친다. 자에게 렇게 보내라고 미리 말해주기도 좀 뭣하다.


말줄임표는 세 개 혹은 여섯 개다.

개에 마침표까지 하면 네 개다. 원고에서는 애매하게 두 개 다섯 개 찍지 말자. 다른 데서는 맘대로 해도 된다. 일곱 개 넘게 점을 찍어 늘리며 말을 줄여도 상관없다. 그러니 원고 보낼 때는 그러지 말자. :) 그리고 따옴표를 썼다면 짝꿍을 맞춰 주자. 한 개만 있으면 쓰려던 것인데 빠뜨린 건지 실수로 한 개가 찍힌 건지 알 수 없다. 물음표도 아무리 궁금해도 한 개만 적자.


괜히 한 줄 비우거나 덜렁 한 문장으로 한 문단 만들지 말자. 불필요한 경우에만 해당하는 말이다. 책에 실리는 글과 블로그에 적는 글은 좀 다르다. 정 원하면 절대 안 된다고 말리는 편집자 없겠지만 그렇게 비운다고 독자가 그 문장을 명문장으로 봐준다는 보장은 없다. 진짜 명문장은 문단 속에 있어도 반짝하고 눈에 들어온다. 대개의 편집자가 문단 정렬할 때 정리할 가능성이 높다. 문단 나눔이 체계가 없는 원고는 어떻게 될까. 나는 교정교열을 보니까 소설이면 대체로 그냥 두고 편집자가 문단 정리를 부탁하지 않으면 초교에는 저자가 쓴 대로 둔다. 그럼 재교 때 편집자가 해달라고 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문단을 나누는 것도 작가의 고유 권한이라 조심스럽지만 들쑥날쑥한 원고라면 별 수 없다.


최종 원고 보낼 때는 그게 진짜 최종인지 점검하고 보내자.

편집부를 거쳐 교정자인 내 손에 원고가 왔는데, 벌써 몇십 쪽을 봤는데 연락이 올 때가 있다. "잠깐만요! 저자가 원고를 수정해서 다시 보내왔어요." 이번에 그랬다. : )


저자가 수정본 확인할 때 수월하라고 저자가 해놓은 설정을 안 바꾸고 그냥 볼 때도 있다. 설정을 바꾸면 페이지가 바뀌기도 하고 위치가 달라지니까. 확인이 중요한 원고를 볼 때 그렇게 한다. 그런데 그렇게 보면 교정 작업이 더디다. 특히 특정 서체는 보기가 힘들다. 다행히 모니터가 커서 200% 확대해서 본다. 하지만 이제 그런 배려는 하지 않기로 했다. 어떤 원고든 나 편한 대로 고쳐 놓고 봐야지. 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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