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다들 아는 그 작가의, 책 이야기
주말이면 남편이 아들과 도서관에 간다. 가장 빨리 읽어보기 위해 대출을 택했다. 또 왜 지갑을 열지 않았느냐는 태클은 사양한다. 그래도 빌린 책을 산 책처럼 말할 수 있는 기회가 있는데 양심선언을 했으니 그게 어딘가. 출판계에 구석 어딘가에서 힘을 보태고 있지만 책 사는 데는 야박하다. 사고 싶은 책 다 사면 어쩌고 저쩌고... 적당한 핑계로 대충 알아들어줬으면 좋겠다.
"나는 행복을 촬영하는 방사선사입니다." 책 제목이다. 지성사에서 작년 초에 나왔다.
역시 그가 브런치에 발행한 글처럼 잘 읽힌다. 속도감이 있다. 몇 시간 만에 다 읽었다. 찡한 부분이 몇 군데 있었지만, 눈물 콧물을 짜지는 않았다(류귀복 작가는 직장에서 소설을 읽으면서도 잘 우는 편인 듯한데).
이건 편집자라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에세이 정말 많이 읽었다.
책을 읽었으니 이제 작가에게 읽은 티를 낼 수 있게 됐다. 그것도 공개적으로 한 번 내보자.
왕년에 월간 '좋은생각' 편집자였던 사람이 류귀복 작가 책을 읽은 소감을 4초 뒤에 공개하겠다.
짜. 라. 잔. 짠.
류귀복 작가 구독자라면 이 부분에서 분명 빵 터졌을 것이다. 아니라면 작가님 본인이라도 ㅋ
웃고 있을 작가님에게 편지를 쓴다.
작가님 안녕하세요.
작가님 책을 이제야 읽어 봤습니다.
브런치에서 출간과 독서를 그렇게 권하시더니 책에서도 여전하시더군요.
"경제적 빈부격차보다 무서운 게 독서 빈부격차이며 삶의 양극화를 만드는 거야"라고
열심히 설명하시는데 상대가 조물주가 만들어주신 두 개의 귀를 잘 활용하여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도 포기하지 않으시는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79쪽)
작가님께서 다독을 실천하신 결과인지, 제가 모르는 단어도 등장해서 좀 놀랐습니다.
볕뉘: 작은 틈을 통하여 잠시 비치는 햇볕
(속닥속닥_ 어쩌다 이 단어가 나왔는지 궁금하실 분들을 위한 페이지 안내 서비스 144쪽)
새롭게 하나 배워 갑니다.
글을 읽으면서 작가님의 생각과 생활에 대해 많이 알게 되었습니다.
아픈 몸에 깃든 선생님의 너무나도 건강한 정신이 솔직히 믿기 어려웠습니다.
저도 안경이 아니라 색안경을 끼고 있어서 그렇겠죠.
저는 멀쩡한 몸에 의심병이 고질적입니다.
다만 아내에게 꽃을 사주고 싶어서 출간에 중독됐다 하셨던 말씀이 무슨 말인지
책을 읽고서 너무 깊게 이해해 버려서 작가님의 지속적이고 꾸준한 출간을 응원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이 책에 실린 이야기 중에 저의 원픽은 [낭만이 현실을 이긴다]입니다.
현실을 이기는 낭만이 없다면 현실 역시 지속될 수 없지 싶습니다.
아내분이 뽑은 원픽이 [시간은 '기브 앤 테이크'를 잘한다]라고 하셨죠?
거기서 저는 이 문장을 꼽고 싶습니다.
열심히 살아온 사람에게는 그 어떤 아름다운 과거도 현재만 못하다.
과거가 더 아름다운 사람은 그보다 충분히 더 아름다울 수 있는 현재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삶을 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장애인 주차 구역에 불법 주차한 차가 법대로(!) 과태료를 낼 수 있게 하셨다는 내용에서 깜짝 놀랐지만(아니 그런 실천력이!), 책을 빠르게 읽어주려고 꾀를 내는 아빠에게 "아빠, 미지근하게 읽어줘"라고 말했다는 유치원생의 남다른 어휘 사용이 더 큰 놀라움과 미소를 안겨줬습니다.
몇 시간 동안 즐겁게 읽었습니다. 작가님 덕분에 오랜만에 에세이를 읽었네요. 고맙습니다.
너무 길게 쓴 것 같다.
책 읽은 티만 살짝 내면 되는데, 이렇게 우르르 적으면 발췌해서 읽었다고 오해할 수도 있다.
그런 오해를 받으면 좀 억울할 것 같다. 진짜 다 읽었으니까.
죠리퐁 마음 갚으려다가 너무 멀리 왔다. 에세이 한 권 읽으니 이 작가에 대해 아는 것도 많아졌다. 그럼 좀 불편한데... 그래도 이만큼 했으면 됐다. 죠리퐁 빚은 갚은 걸로(내 맘대로).
* 류귀복 작가님, 제 브런치에는 후기를 써도 보는 사람이 별로 없어요.ㅎ
제 글의 라이킷 수 최대가 몇인지는 아시죠? 링크로 퍼가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