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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형 생활 동화

by 대낮

일정이 이틀 미뤄졌다. 그러니까 오늘 오전에는 교정지가 올 줄 알았는데, 아직이다.

이렇게 공백이 생기면, 내 글을 쓰자고 어제 마음을 먹었더랬다.


무려 마흔둘에, 그러니까 작년에, 나는 처음으로 동화 한 편을 썼다.

작년 연말에 있던 공모전 몇 곳에 원고를 보냈고, 등기비만 날렸다. 해가 바뀌었고 3월 말이 마감인 몇 곳에 또 보냈다. 6월 중에 발표 예정이지만, 아닌가 보다. 또 등기비만 날렸다. 아니, 우체국에 찾아가는 설렘은 얻었다고 쓰는 편이 낫겠다. 결과는 '날렸'지만 과정은 아니니까. 그냥 한번 보내보는 거라 생각해도 떨리더라. 비현실적으로 기대하게 되고.

원고가 어떻다는 말도 듣지 못하는 공모전 응모는 짝사랑 편지 보내기 같다.

동네에 우체국이 그렇게 멀리 있다는 것도 알게 됐고, 대봉투에 박스테이프를 붙이면서 이렇게 설레는 일이 또 있구나 했다. 한 번은 버스를 타고, 한 번은 자전거를 타고 갔는데 우체국 가는 동안 나는 왠지, 주인공이었다.


아이는 내가 쓴 동화가 재밌다고 했다.

평가의 공정성을 위해(?) 내가 쓴 게 아니라고 하며 건넸다.

멀쩡이 책에 인쇄돼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아직 출간 전인 다른 작가의 동화라고 하니 다행히 믿어주었다. 나이가 어려서 믿은 것은 아니고, 엄마가 편집자이니 그런 작품도 구해줄 수 있다고 여기는 듯했다.


-엄마, 이거 진짜 재밌다! 뒤에 2편도 있어?


사실, 아이의 그 리액션에 꽂혀 공모전에 보낼 때 그렇게 설렜던 것이다. 심사위원이 아이도 아닐 텐데.

똑같이 재밌게 읽기를 기대하며 어제부터 2편을 쓰고 있다.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겪는 흔한 일을 소재로 한 동화이다.

어른들로 치자면 에세이를 읽거나 드라마를 보는 것 같은 재미를 아이들도 느꼈으면 한다는 생각으로 썼다.

가공된 세상의 이야기 동화는 많으니까 생활 동화, 초 밀착 생활 동화를 써 보자는 생각이다.

내 아이 눈높이에 딱 맞춰 썼기 때문에 재밌었겠지.

친구 일기장 몰래 보는 기분처럼?


그나저나 1편만 한 2편 없다는데.... 이번엔 엄마가 쓴 거라는 걸 아는 상태에서 읽어야 하고....

아는 독자가 더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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