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맛

쓰는 맛과 읽는 맛이 같아야 같은 밥상머리에 앉는다.

by 대낮

3월 말에 있던 여러 공모전에 원고를 보냈던 사람들,

그리고 연락을 받지 못한 사람들은 모두 지금 나와 비슷한 기분일까.

부족한 줄 알지만, 그래도 뽑아주신다면 앞으로는 더 잘 쓸 자신 있어요,라고 말하고 싶을까.

뽑아만 준다면!


사실, 동화 말고 장편소설 한 편도 몇 곳에 응모를 했더랬다.

나름 아프게 쓴 소설이었다. 주인공을 버스에 태워 긴 시간 생각하게 했고, 대사 한 마디를 다듬으며 혼자 눈물도 쏟았다. 어쩌면 주인공들이 하지도 않은 말을 작가인 나 혼자 들으며 속상했던 것 같다.


공모전에서 여러 번 당선된 뒤 "당선, 합격, 계급"이라는 책을 펴낸 장강명 작가가 쓴 대로

당선되지 않았어도 좋은 작품일 수 있다. 내 글을 여러 명이 보고 판단한 것이 아니라, 첫 독자(심사위원)에게 선택되는지 여부가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여럿이 판단하게 하려면 어떻게든 최종심에 올라야 한다.

(공모전 심사 과정이 궁금하면 위에 책을 보세요~.)


하지만 내가 이번에 응모했던 작품은 절망스럽게도 그런 경우는 아니다.

눈 밝은 사람을 만나지 못해 떨어진 것은 아니다. 오히려 심사위원이 제대로 봤기에 떨어뜨렸을 만한 작품이었다. 취향이 달라서 떨어졌을 수도 있다고 위안을 삼고 싶지만, 보내놓고 냉정하게 생각하니 부족한 것 투성이었다.


문체도 구조도 주제의식도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힘도 부족했다.

좀 봐주세요, 하고 다른 사람이 내게 이 소설을 내밀었다면, 지적할 게 너무 많아서 글쎄요, 하고 망설였을 글이다. 하지만 이 글을 열심히 고쳐서 다시 내볼 생각은 없다.

무엇보다 팔릴 만한 이야기인가라는 기준에 부합하지 못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팔릴 만하다는 것은 두 가지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하나는 '돈 주고 살만큼 충분히 훌륭한가'이고, 다른 하나는 '많은 독자들이 읽고 싶어 할 이야기인가'이다.


작가는 쓰고 싶은 말을 쓰고, 독자는 그것이 참 재밌게 읽힐 때 베스트셀러가 된다.

식당 아주머니의 입맛이 딱 내 입맛이라면 아줌마 편한 대로 간을 맞추면 되는 것이다.

언젠가 방영된 "골목식당"에서 백종원 씨가 안타깝게 여겼던 떡볶이집 주인이 있었다. 주인은 성실하고 깔끔했지만, 입맛이 대중적이지 못했다. 본인 입맛에 맛게 만든 떡볶이는 많은 손님 입맛에 맞지 않았다.


내 글맛은 어떨까.


히트작을 사랑하는 경우도 많았지만, 나는 남들이 재미없다는 작품들도 재밌게 읽는다.

어떤 작품이 흥할 것 같냐고 하면 누구보다 잘 골라낼 자신이 있다. 하지만, 그것은 대체로 개인적인 취향과는 다를 때가 많다. 독자로서의 내 입맛이 그러하니, 내가 진심을 다해 쓰면 쓸수록 그 글맛은 마이너 취향일 뿐이다.


그렇다면 첫 번째 조건이 필요하겠지. 과연 돈 주고 살만큼 충분히 훌륭한가.

마라맛, 로제맛, 길거리 떡볶이맛처럼 마니아들이 선호하는 떡볶이가 아니더라도, 빨간 떡국처럼 끓여낸 희멀건 국물 떡볶이라도, 평소 먹던 떡볶이가 아니더라도, 맛있는 건 맛있다! 몇몇 사람에겐 최고의 맛이라고 꼽힌다. 다른 독자들이 무심히 지나쳤지만 나는 재밌게 읽었던 그 책들처럼.


나는 좀 더 써볼 것이다. 적어도 내 입맛에는 맞아야 하지 않겠나 싶다. 그때까지는 좀 더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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