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까 말까 하는 사이

출판 제의

by 대낮

오래전, 카카오스토리에 아이와 함께 요리하는 모습을 주기적으로 올렸었다.

문화센터 요리 수업에 갔는데, 식재료가 너무 불량(설탕 과다 ㅎ)해서 매주 먹이기는 부담스럽고, 만든 걸 못 먹게 할 수도 없어서 집에서 먹고 놀자 했던 것이다.

둘이서만 하면 엄마 내키는 대로 하다 말까 봐, 일부러 주기적으로 사진과 함께 게시글을 올렸다.

아이 친구 엄마들이 카스 친구가 되어 칭찬성 댓글을 달아주곤 했다. 확실히 보는 눈이 있으니 꾸준히 하고 수업 질도 점점 올라갔다. 찰밥으로 인절미를 만들고, 콩으로 두부를 만드는 것까지 성공했으니까!(비결은 소량 제작)


아는 편집자가 그걸 보더니 책으로 내도 되겠다 했다. 편집자들 사이에서 이만큼 실없는 농담도 없다 싶지만 기분은 좋았다. 그런데 얼마 뒤 정말 한 출판사의 편집자 연락처를 보내왔다.

'음, 애랑 추억이 담긴 책 한 권 소장하면 좋겠다.'

바로 이 부분에서 어긋났다.

출판사는 책을 팔아 이익이 나야 하는데, 나는 그 책을 팔아 이윤을 내는 것보다는 나 번거롭지 않게 하고 누가 한 권 만들어주면 좋겠다 하는 마음 정도였던 것이다. ㅎ

이게 책이 되려면... 하는 눈으로 내가 올린 게시물을 살펴보니 턱도 없이 부족했다. 채택된다는 보장도 없는데 공들이기도 싫다. 누구나 확실한 쪽에 더 열을 올리게 마련이다. 편집자에게 연락이 오자 간신히 십여 개의 목차만 건넸다. 열 올려 덤비지 않는다면 무엇도 확실해질 수 없는 법, 그렇게 연락이 끊겼다.

나였다면? 아마 나라도 얼른 손뗐을 것 같다. 콘텐츠가 아무리 좋고 주제가 훌륭해도 작가가 게으르다면 지지부진 서로 고생만 할 뿐이다. 편집자가 해 줄 수 있는 부분은 제한적이다.


어느 날 브런치 스토리 나우를 기웃거리다가 출간 경험을 적은 글을 봤다.

글쓰기 교실에 가려다가, 공모전에 내려다가 다 여의치 않아 출판사에 직접 기고했는데, 기획안만으로 계약까지 성사했다는 성공담이었다. 정말? 얼른 프로필을 봤다. 방송에 나오는 선생님이었고, 가르치는 과목과 연관된 어린이 동화를 써서 출간할 계획인 듯했다. 선입견을 딱 장착한 채 그럼 그렇지, 하고 생각했다. 왜냐면, 그 작가가 쓴 글 중에 글쓰기 교실 안 가길 잘했다. 출판사 편집부에서 글을 정말 잘 고쳐줘서 많이 배우고 있다. 이렇게 배우니까 너무 좋다는 내용을 봤기 때문이다. 그것에 미안해하지도 않는 작가라니. 그 동화를 담당한 편집자는 도대체 무슨 죄인가.

혼자 발끈해서 어떤 책인지 뒤져봤더니 메이저 출판사였다. 홍보가 잘 되고 있었다. 으으 요지경 세상, 이런 책은 잘 나가고!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도서관 희망도서 신청을 위해 신간 목록을 훑던 아들은 그 책에 눈길도 주지 않고 스크롤을 내렸다. 콕 집어 물어봤다? 이건 어때? 별로~. 아들의 그 한마디에 혼자 웃었다.(하지만 애들 책은 주로 부모가 산다. 아마도 잘 팔릴 것이다.)


브런치 스토리에 꾸준히 글을 올리면서 출간을 목표로 하는 작가들도 많다.

만약 그런 작가분이라면, 전략을 짜보는 게 좋을 것이다. 작가는 자기의 가능성을 봐주길 꿈꾸지만, 편집자는 적어도 매력적인 테마가 있고 60% 이상은 완성돼 있는 원고를 찾고 있다. 그래야 주제를 아우르는 목차를 짤 수 있다.(본인은 90%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편집자가 편집해 버리면 반토막이 나는 수도 있다!)

출판 전략을 짤 때 꼭 생각해 보자.

나는 프로필로 어필할 사람인가,

다른 사람은 쓸 수 없는 내용을 이미 써놓은('쓸 수 있는'이 아니라) 사람인가.

독자와 편집자가 원하는 작가인가!(1차 관문은 편집자이다. ㅎ 실세는 출판사 운영진?)

그리고 중요한 질문, 내 글이 담긴 책을 나라면 돈 주고 살 것인가!(윽, 쓰다.)


명심하자, 내가 할까 말까 망설이는 사이 내 주제로 이미 다른 작가의 책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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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갑자기, 괜히 혼자 답답함을 느꼈다.

브런치스토리에 묵묵히 되는대로 쓰면서, 언젠간 책이 되겠지 하고 막연히 생각하는 작가들을 보면서 오지랖 넓게 짠한 마음이 들었다. (쓰고 나니 걸린다. 누가 그러래? 할까 봐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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