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동료 편집자에게 내가 물었다.
"서문이나 작가의 말 고민되지 않아?"
동료는 좀 찡그리며 대답했다.
"별 수 없지. 일단은 고쳐. 안 받아들이면 어쩔 수 없고."
나는 쩝 소리를 내고 말했다.
"나는 대체로 그냥 두는 편이야. 작가 몫이지. 독자도 작가를 그대로 만날 권리가 있고."
아마 책마다 편집자마다 작가마다 다른 선택을 할지 모르겠다.
훌륭하지 못한 서문은 어떻게 해야 할까.
유난히 마음을 담는 글이 있다.
책의 서문과 작가의 말, 상을 받고 쓰는 수상 소감, 사랑을 고백하는 편지, 잘못을 인정하는 공개 사과문 등이 그렇다.
이런 글은 성질이 좀 다르다.
1. 목적에 맞게 써야 한다.
2. 다른 어떤 글보다도 내용의 책임이 전적으로 글쓴이에게 돌아간다.
3. 독자는 더 진솔하고 깊은 이야기를 기대한다.
4. 잘 쓰면 유난히 근사하고, 못 쓰면 더없이 초라하다.
작가가 되고 싶은 예비 작가들은, 어쩌면 작품을 쓰기 전부터, 상상할 것이다. 자기 작품이 입상작으로 뽑혔을 때 수상 소감을 뭐라고 할까. 작가의 말은 어떻게 쓸까 하고. 그 마음을 알기 때문인지 서문을 교정볼 때는 조심스럽다. 조사 하나까지도 의미를 담아 썼을 거라 가정하고 읽는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편집자 눈'에 훌륭하지 못한 서문들도 있다. 대충 쓴 느낌을 주는 글이다. 아마 대충 쓰지는 않았을 텐데.... 마치 연말 연예대상에서 수상 소감을 말하는 연예인이 말 버벅거리고 말끝을 얼버무리는 장면을 보는 것 같다. 감정이 앞서면 문장이 어수선하기 마련이다. 쓸 내용을 고민하는 데 지쳐 문장을 여러 번 손보는 과정은 거치지 않았을 수 있다. 하지만 글을 말하듯이 쓰면 읽는 사람이 정리해 가면서 읽어야 한다. 쓴 사람에겐 충격적이겠지만, 독자는 이게 귀찮다. 좀 정리해서 써줬으면 할 것이다.
서문은 작가에게뿐 아니라 독자에게도 중요한 글이다. 서점에서 독자는 표지에 담긴 정보를 확인한 후에 서문을 펼쳐보곤 한다. 매력적인 문장에 이끌리면 본문까지 읽어본다. 말 그대로 구경하다 책을 고른다면, 얼른 구경할 수 있는 부분은 표지, 서문과 목차, 소제목, 일러스트와 사진 몇 장인 것이다.
나는 '서문'과 '작가의 말'을 가장 열심히 읽지만, 아쉬워도 그냥 둘 때가 많다. '틀린' 것만 고친다. 그곳은 진짜 작가의 영역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잘 썼든 못 썼든 작가의 책이다. (그런데 매번 고민은 한다. 작가에게 보여주지 않으면서 고쳐본 적도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