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주민센터에서 주최하는 도시농부 수업을
들었다 열명 정도 모여서 텃밭거꾸가와 도시 농업의 기본개요를 공부했다
매일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상에서 일주일에 한 번 다시 학생이 되어 공부를 한다는 게 설레인다.
코로나 시대 ....
사람들이 모이는 게 쉽지 않은데 정말 오랜만에 동네 주민들과 모여서 도시농부가 되었다.
다들 마스크를 쓰고 거리두기를 하고 강의를 들었지만 2부 실습시간에는 옥상정원으로 옮겨 서로 부딛히며 손에 장갑을 끼고 풀을 뽑고
흙을 일구었다.
청바지에 헐렁한 티셔츠를 입고 한참을 호미질과 풀 뽑기를 했더니 이마에 송골송골 땀이 맺힌다
피아노 앞에 앉아서 학생들 반주를 해주고 첼로 활을 붙잡고 학생들과 씨름하는 실내에서 벗어나 탁 트인 옥상정원에서 흙을 만지고 풀을 뽑고 상치와 쑥갓 모종을 심으니 사람이 단순해진다.
한 시간 동안 움직였더니 배가 고프다
마치면 빨리 점심 먹고 출근해야 하는데 다른 분들은 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텃밭을 가꾸면서도 난 아직 느긋한 도시농부는 아닌가보다
12시가 되자 얼른 장갑을 벗고 인사를 하고 후다닥 집으로 향했다.
강의 내용 중에
첫해에 도시농부가 되면 사람들은 수확시기에 욕심을 내서 수확을 한다고 한다, 그 뿐 아니라 더러는 이웃의 밭에 있는 것도 욕심을 내서 슬쩍 따가는 분도 있다고 한다. 그리고 욕심내서 따 가지고 간 수확물은 결국 냉장고 속에서 썩혀서 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그 다음 해에는 딱 먹을 만큼만 농사를 짓고 그래도 남은 것은 다른 사람이 따 가도록 그냥 둔다고 했다.
3년 째에는 넉넉하게 지어서 직접 수확해서 자기도 먹고 이웃들에게 나누어준다고 한다
그리고 텃밭을 가꾸면서 가족도 데려오고 함께 농사짓는 사람들끼리의 교류도 깊어져 새로운 이웃을 만들어간다고 한다.
강의를 들으며 슬며시 웃음이 나오는 대목이다.
흙을 만지고 농사를 짓는 과정이 사람들의 인성에도 영향을 준다는 얘기이다
또 가장 단순하고 소박한 노동 속에 치료의 힘이 있다는 걸 보여준다
자연은 사람을 가장 편안하고 정상적인 모습으로 회복시키는 능력이 있는 것 같다
아이들이 악기를 배우면서 음악의 고유한 힘에 의해 조금씩 정서가 안정되어가고 인성이 보존되고 회복되어 가는 과정과도 같은 것 같다
매주 수요일
6주 동안 두 시간씩 도시 농부가 되어 자연과 함께 살아보려 한다
흙을 만지고 풀을 뽑고 물을 주면서 자연이 우리에게 베풀어주는 소박한 채소와
과일들을 수확할 기쁨에 벌써 마음이 설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