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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민희 Feb 14. 2023

류샛별 원장님

<<우리 동네 미장원>>

10년 넘게 다니는 미장원이 있다.

그곳에 가면 늘 사람들이 넘쳐났고 유쾌하고 시원시원한 원장님이 한결같은 모습으로 반겨주신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데 직원들은 많이 바뀌지만 원장님과 이곳에 오는

사람들은 여전하다.


가끔씩 점심시간이 겹쳐 방문하면

미용실 한편 작은 부엌방에서  원장님이 차려주시는 시골 내음이 물씬한 밥상을  받을 때도 있다 이곳의 손남들은 모두 오래 됀 단골들이라

미용실에 들어오면 스스럼없이 부엌에 들어가

밥을  차려먹기도 하고 또 무언가를 사 와서

 놓고 가기도 한다


미용실 한편 커다란 소파에는 항상 사람들로 가득하다 원두커피를 언제든지 마실 수 있도록 커피머신이 설치되어 있고 테이블 위엔 항상 과일과 다른 간식거리가 올려져 있다.

가끔씩 동네 할머니도 와서 앉아 계시고 시장가다 들린 동네 아주머니도 한참을 앉아 수다를 떨고 가기도 한다


그래서 난 가끔 사람 사는 냄새가 물씬 나는

풍경이 그리울 땐 이곳을 찾는다 늘 사람들로 북적대는 이곳은 동네의 사랑방 역할도 톡톡이 하는 곳이다 수다 떨고 얘기하는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도 이곳에 앉아 았으면 슬며시 입가에 미소를 지을 때가 많다


 또 요즘 누가 인기 있는 정치인인지 사람들의 관심사가 뭔지  이곳에 오면 들을 수 있다

가끔씩은 시어머니  험담과 며느리의 험담을 악의 없이 늘어놓고 개운한 얼굴로 가시는 분들도 있다

원장님은 그 속에서" 음 그래 그렇지"를 반복하며 틈틈이 사람들의 얘기에 화답해 준다

얘기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부담이 없다


직업상 항상 가르치려고 하는 게 몸에 뵌 나는

 가끔 의도하지 않게 상대방의 마음을 상하게 할 때가 있다.  그냥 들어주고 고개만 끄덕여주면 좋을 텐데 주제넘게 내 생각을 한 마디씩 보태어  분위기를  싸하게 만들곤 한다. 그냥 들어주고 호응해 주면 얘기하는 사람이 스스로 치유하고

해결하는 것을  볼 때  많은 조언이 필요한 게 아니라 공감해 주는 격려가 필요함을  본다

삶의 지혜를 동네 미장원에서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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