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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민희 Oct 23. 2021

비 내리는 오후

<<가을은 깊어져 가고>>

날씨가 갑자기 쌀쌀해졌다.

아침부터 비가 내린다. 때로 세차게 때론 가늘어졌다가를 반복하며 오후가 되었는데도 그칠 줄 모른다.

멀리 보이는 바다 위에는 하얀 파도가 끝없이 몰려오고 있다.


가을을 타는지 한동안  마음이 힘들어  글을 쓸 수 없었다.  밀려오는 파도를 보니 끝없이 소용돌이치는 우리네 삶을 보는 것 같다. 살아가면서 우리가 계획하고 원했던 길보다 꿈도 꾸어보지 않았던 길을 가야 할 때가 종종 있는 것 같다. 어제까지 예상도 못했던 삶을 가끔씩 살고 있는 자신을 바라볼 때 인생은 정말 알 수 없는 여정인 것 같다.


 그 길이 때로 예상 못했던 기쁨일 수도 있고 형언할 수 없을 만큼 슬픔일 때도 있다. 만약 매 걸음을 우리에게 선택하라고 한다면 결코 후자를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의 변화가 정해진 때에 바뀌듯이 인생의 여정도 우리의 택함만으로 이루어지지는 않는 것 같다.


 늘 기쁨만 누릴 수 있다면 좋겠지만 어둠을 지나야 밝은 아침이 오고 차가운 겨울을 지날 때 또다시 부활의 봄을 맞이할 수 있듯이 우리네 인생도 사계절을 지날 때 단단해지고 온전케 되며 결실을 맺는 것 같다.


글을 쓰고  있는  동안에  아침부터 결코 그칠 것 같지 않던 비가 그쳤다. 그래서 때로 해결되지 않는 어떤 부분은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특히 자연의 질서는 결코 우리가 바꿀 수 없다. 때로 혹독한 태풍과 차가운 겨울바람을 통과할 때도 시간이라는 정해진 기간을 지나고 나면 어느새 맑은 하늘 아래 있게 된다.


비가 그치고 나니 가을 하늘이 더 청명해 보인다. 이 가을엔 더 깊어진 시선으로 사람과 사물을 보기 원한다 밖으로 보이는 모습만이 아닌 보이지 않는 내면의 더 깊은 것들을 마음으로 보기 원한다. 가는 계절을 서러워하듯이 말할 수 없는 상처와 고통을 안고 살아가는 이들과 함께  서로 격려하며 이 계절을 지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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