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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민희 Feb 05. 2022

초량 동네 사람들 (2)

<< 초량동 이바구길>>

산복도로 위의 부산 앞바다가 정면으로 보이는 그 동네엔 우리 교회 식구들의 절반 가까이가 살고 있었다. 종기네 집 뒤로 흐르는 작은 개울물을 끼고 내려오면 재용이네 집이 있었고  그 길을 옆으로 돌아가면 정숙이 언니네 집  그다음 그 동네 맨 꼭대기엔 관우네가 살고 있었다.  특히 관우네 집은 통유리 너머로 부산 앞바다가 그대로 들어와 있어 전망이 너무 좋았다


산복도로 윗마을과  아래 마을은 사는 환경이 좀 차이가 났다. 종기네가 살던 그 마을은 그래도 초량 동네 사람들 중에 반듯한 집을 가지고 있는 잘 사는 동네였고 산복도로 밑으론 판자촌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가난한 사람들의 터전이었다.


교회엔 내 또래 친구가 나포함  다섯 명이 있었다. 은 산복도로 윗마을에 살았고 둘은 산복도로 아래 마을에 살았다.  산복도로 바로 아래에 살고 는 나를 기점으로 우리는 초량동 이쪽저쪽을 오가며  마을을 휩쓸고 다녔다. 저녁을 먹고 나면 우리는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밖으로 몰려나와  52번 길을 오가며 예배당 앞마당이나 민주공원에 가서 기타를 치고 노래를 부르며 놀곤 했다


친구들의 엄마는 자취하는 나를 늘 걱정하고 챙겨주셔서 가끔씩 이 녀석들은 나를 핑계되고 용돈을 받아 엉뚱한 데 가서 놀다가 오기도 해서 어이없을 때도  있었다. 나 빼고 머슴애가 네 명인 우리 동기들은 항상 같이 잘 붙어 다녔다.  교회 행사 때마다 같이 프로그램을 만들고 연습을 하며 시간을 보내서 일 년에 거의 6개월은  같이 모여 지냈다. 저녁을 먹고 나면 다들 예배당으로 모여들어 시간을 같이 보내다 밤이 깊어지면   두 명은 밑에 마을로 두 명은 산복도로 위에 마을로 총총이 사라져 갔다.


주일날 예배를 마치고 나면 우 항상 관우네 집이나 재용이네 집에 가서 오후 시간을 함께 보냈다. 같이 있으면 별다른 걸 하는 것도 아니었다. 노래 부르다가 얘기하고 그러다 배고프면 라면을 끓여먹으며 거의 저녁 예배시간까지 죽치고 놀았다. 뭐가 그리도 재미있었는지 이 녀석들은 대학 캠프스 축제 때에도 날 데리고 가서 여자 친구들의 눈총을 상당히 받아야 할 때도 있었다.


 어느 해 여름 우린 구덕야구장에서 열리는 롯데 해태전을 보기 위해 단체로 저녁예배를 빼먹고 함께 걸어서 구덕야구장으로 향했다. 산복도로를 쭉 따라 걸어 대신동을 넘으면 구덕 운동장이 나왔다. 우린 거의 한 시간 이상  걸어 구덕 야구장갔다. 신나게 야구를 보고 온건 좋았는데 문제는 한 녀석은 성가대 지휘자요 나는 예배 반주자인데 둘 다 빠져서 야구를 보고 왔으니 목사님이 노발대발하시는 건 너무 당연했다.


그래도 우린 가끔 철없이 그 산복도로를 걸어서 남포동도 다녀오고 야구장에 다녀오기도 했다. 목사님도 우리가 평소엔 항상 열심히 교회일에 잘 참여했기에 눈감아주시곤 하셨는데 그날은 단체로 섯 명이 빠졌으니 확 티가 나서 우린 그다음 날 목사님 댁에  불려 가서 혼이 나고 올 때는 사모님이 끓여주시는 라면을 배불리 먹고 왔다. 군대 가기 전까지 우리는 늘 그렇게 같이 다녀 이 녀석들이 단체로 군대를 가고 나선 한동안 마음이 많이 허전해 고생했다. 초량동 일대를 돌아다니며 늘 같이 했던 시간들은  우리의 고교시절과 대학시절의 절반이 넘는  세월이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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