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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민희 Mar 18. 2022

도서관 창가에서

<<비 오는 날의 도서관>>

해운대 도서관이다

방역 패스 없이 안심콜 없이 체온 측정 없이 도서관에 온 게 얼마만인지....

2층 열람실 창가에 보고 싶은 책을 수북이 놓고 앉아 있으니 감개가 무량하다


2020년 퇴직하면 도서관에 출근하며 살려던 꿈은 코로나로 인해 물 건너 가버렸다

택연금 수준의 삶을 거의 2년을 하고 나니 온갖 우울감과 무기력함이 서멀 서멀 온존재에 올라왔다

식당을 가던 카페를 가던 따라붙던 안심콜과 체온 측정 나중엔 방역 패스 없인 갈 곳이 거의 없는 환경에 마주치니 정말 숨 막히고 힘들었다

사람을 마음 편히 만날 수 없는 환경이 서글프고 때로는 두렵기까지 했다


코로나가 정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방역 패스 없이 공공기관에 들어오니 갑자기  항상 차고 있던 수갑이 풀린 것 같다.

도서관이 한산하다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이제 봄이 오기 전

 마지막 동장군이 심술을 부려 춥고 바람 불고 스산하지만 그래도 좋다

그사이로 올라오는 파란 새싹들과 추위에도

수줍게 피어있는 개나리와 목련이 살짝 얼굴을 내밀고 있다


2년을 돌아왔지만 이제 소원대로 도서관에 출근할 수 있는 삶이 주어졌다

아직 퇴직은 안 했지만 일주일에 두세 번은 도서관에 출근할 수 있을 것 같다

기회가 되면 부산시내 도서관 한 곳 한 곳을 다 찾아가 보고 싶다


그러고 보니 2019년에 이곳에서 수능이 끝난 수험생들과 학보모들을 위해 북 시네마 콘서트를

진행했었다

KBS우시흥 아나운서의 사회와

끄라스네 앙상블의

연주로 지하 대강당에서 영화와 책 이야기 그리고 음악으로 사람들과 소통하는 즐거운 시간을 가졌었다


아마 마스크를 안 쓰고 했던 마지막 연주회였던 것 같다 그때 반응이 너무 좋아 도서관 순회공연을 기획하고 있었는데 그 겨울에 코로나가 우리 곁에 찾아왔다

2020년에도 연주는 몇 번 했지만 마스크 쓰고 비대면으로 해서 관객과의 소통의 시간은 별로 갖지 못했다

이제 마스크를 벗고 다시 무대에 서기를 꿈꾸어본다 

관객들과 소통하며  음악을 나누고 싶다


책 내음이 너무 좋다

창밖으로 보이는 시야 안에 들어오는 풍경들..

산책하는 사람들 강아지.... 가방을 메고 걸어가는 학생들의 모습까지 정겹다

이제 좀 숨이 트이는 것 같다

코로나가 완전히 종되어 도서관이 더 활기차면 좋겠다


보고 싶은 책을 읽고 글을 쓰고 가는 길에 장산 산책로를 따라 걷고  가야지....

오늘은 흐리고 바람 불지만 다음 주엔 맑은 도서관 창가의 풍경을 보고 싶다

바람소리 끝에 진달래가 고개를 내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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