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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알프스

알프스의 노래

by 박민희


또 다른 알프스

출근길 송정고개를 넘어오는데 벚꽃이 제법 피었다. 지난주 목련이 봄소식을 들려주더니 한 주 만에 꽃들이 앞다투어 피기 시작한다. 이번 주말이면 아마 송정고개가 벚꽃으로 가득할 것 같다. 사람들이 송정고개를 산책하며 봄을 즐기고 있다. 다들 마스크를 쓰고 걷고 있지만 그래도 꽃을 보며 웃고 있는 게 느껴진다. 이 청량한 봄을 마스크를 쓰지 않고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래도 이렇게라도 봄의 선물을 보내 주신 주님께 감사를 드린다. 자연의 화사함만큼 아름다운 것이 있을까? 각각의 색이 다 자기의 고유한 빛을 가지고 있다. 하늘은 맑고 바람은 차갑다.



암울한 겨울을 지나며 사람들의 마음이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 영원히 오지 않을 것 같던 봄이 우리 곁에 이렇게 와 있다. 유난히 이 짧은 봄이 눈부시고 아름답다. 긴 겨울을 보내지 않았으면 오늘 이 봄이 우리에게 이렇게 아름답고 눈물 나도록 반갑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코로나로 인해 사람들의 마음이 어둡고 두려운 시간들을 통과하고 온지라 이 봄을 보는 사람들의 표정이 누구나 감회가 큰 모양이다. 이 몇 년간 우리나라 국민들은 많은 시련을 거쳤다. 대통령의 탄핵으로 사람들의 마음이 큰 상처와 공황을 겪었고 불안한 정국으로 인하여 많은 국민들이 경제적 어려움과 일자리를 잃는 고통을 받아야 했다. 더구나 이번 코로나로 인하여 국민들은 처음엔 너무나 큰 두려움의 시간을 거쳐야 했다.



그러나 몇 년간의 시련이 우리 국민들을 이러한 위기 가운데 하나로 똘똘 뭉쳐 이 시국을 정면 돌파하게 했다. 순식간에 늘어난 확진자로 인하여 대구가 마비되나 싶었는데 전국에서 달려온 의료진과 자원 봉사자들이 가장 위험한 곳에서 헌신하여 환자들을 돌보았다. 또한 생계가 마비된 자영업자들이 절망 가운데서도 굴하지 않고 의료진들과 자원 봉사자들을 위해 따뜻한 도시락을 만들고 커피를 준비해서 격려하며 사랑을 나누었다. 이 어려운 때 많은 고난과 좌절을 통과한 이 국민들이 오히려 더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 주는 모습을 보며 무한 감동을 느낀다.


아마 이들의 따뜻한 마음이 봄을 불러오지 않았을까…? 언젠가는 이 환경도 지나가겠지만 우리 시대에 이런 큰 환경을 통과하며 사람들이 보여 주는 헌신이 그 어느 때보다 감사하고 눈물 나게 소중하다. 비록 에델바이스가 핀 알프스를 가 보지 못하지만 오늘 우리는 또 다른 알프스에 와 있다. 이 봄 오는 길목에서 알프스의 노래가 울려 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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