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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민희 Apr 05. 2021

어머니와 시골집

갯새암<<내어머니의 샘>>


       

엄마는 유난히 시골집을 좋아하셨다. 딸들이 다 시집가고 혼자 시골집에 계시는 것이 안타까워 우리는 가끔씩 엄마를 각자의 집에 며칠이라도 모시고 가려고 했다. 젊은 날 우리를 키우느라 너무 많은 고생을 하신 어머니는 세월과 함께 여기저기 몸이 아프셨다. 특히 다리가 많이 안 좋으셨고 자주 붓고 밤에 푹 주무시지 못할 때가 많으셨다. 당뇨와 고혈압약도 수년 째 드시고 계셔 우리는 늘 엄마의 건강이 염려가 되었다. 그래서 서울에 있는 동생들은 큰 병원에 예약해서 엄마를 진료받게 하려고 엄마를 모시고 가곤 했다. 그런데 엄마는 어느 곳을 가든지 하룻밤 이상은 자지 않으려고 하셨다. 어느 해 동생들이 엄마를 서울로 초대해서 병원 진료도 받고 맛있는 것도 대접한다고 해서 나도 서울에 올라갔다. 인사동의 분위기 좋은 한정식 집에서 만난 우리는 엄마와 함께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식사 후 함께 인사동 거리와 청계천을 걸으며 수다를 떨고 서울 구경도 했다. 그런데 동생들은 엄마가 저녁에 김천에 내려가신다고 했다며 푸념을 했다. 며칠 동안 계시며 치료를 받고 갔으면 좋겠는데 하룻밤 이상은 절대 안 주무신다는 거였다. 다른 동생 집에 가셔도 마찬가지였다.          

엄마는 내가 수지침을 놓아 드리면 밤에 푹 자고 부기가 빠져 몸이 가볍다며 좋아하셨다. 그래서 한 번은 우리 집에 가서 침도 맞고 온천욕도 매일 하자며 엄마를 모시고 온 적이 있다. 일주일만이라도 집중적으로 치료해 드리고 싶어 모시고 왔는데 엄마는 이틀 만에 다시 김천으로 가셨다.          

넓은 아파트에 바로 옆에 온천탕까지 있어서 지내시기에 불편함이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엄마는 시골집을 가고 싶어 하셨다. 우리 집이 너무 절간같이 조용해서 적적하다는 것이었다. 이번에는 일주일간 계신다고 가을 추수도 끝내고 짐도 다 챙겨서 오셨는데 이틀 만에 가신다고 해서 속이 상했다. 동생들에게 이번엔 꼭 일주일간 모시고 있겠다고 큰소리치고 왔는데….          

엄마가 오시고 이틀째 되던 날 동생들은 엄마가 아직 우리 집에 계신지 궁금해했다. 나는 자랑스럽게 이번엔 꼭 일주일간 우리 집에서 치료해 드릴 거라고 장담했다. 그런데 해가 질 무렵 갑자기 아파트가 절간 같다고 시골로 가신다며 역에 태워 달라고 하셨다. 아니 시골집에 꿀단지가 있나…. 아무리 설득해도 막무가내셨다. 할 수 없이 난 투덜거리면서 엄마를 역에 모시고 가서 기차에 태워 드렸다. 언니에게 전화해서 엄마가 지금 가시니 시간 맞춰 역에 좀 태우러 오라고 부탁했다. 언니는 그럴 줄 알았다며 막 웃었다. 그리고는 엄마는 시골집이 제일 편하니까 너무 속상해하지 말라며 나를 달랬다. 어휴…. 엄마가 가시고 동생들에게서 번갈아 전화가 왔다. 그새 언니가 얘기를 했는지 킥킥거리며 너무 속상해 말라며 나를 위로했다. 그때는 참 엄마를 이해하기 힘들었는데 내가 나이가 들어가니 어느 날부터 나도 어디 가면 빨리 내 집으로 가고 싶어 하는 걸 발견했다. 엄마가 계신 시골집에 가서 엄마를 치료해 드려야 했는데 그때는 엄마가 오시지 않는다고 속상해했다. 갈 수 없는 내 상황만 생각하며 엄마를 오시라고만 했는데 시간이 지나니 후회가 많이 된다. 어찌하든 내가 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볼 생각은 안 하고 내가 세워 놓은 계획 안에서 엄마를 모시고 와서 강요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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