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부모님을 보며 지나가는 어른들을 보면 눈이 갑니다.
출근하는 길에 바닥에 앉아 계시는 할머니를 봤었습니다. 산책을 나왔다가 쉬고 계신 거라는 생각이 들어 다들 가던 길을 편히 가시는 것 같았어요. 근데 저는 어렸을 때부터 조부모님과 함께 살아서 그런지 할머니를 보고 그냥 지나치기가 찜찜한 기분이 들더라고요. 괜히 그런 날이 있잖아요. 뭔가 괜히 말을 걸어서 괜찮으신지 물어봐야겠다고 느껴지는 순간들이요. 할머니께 다가가서 혹시 일어나고 싶으신 거냐고 여쭤보니 맞다고 하시더라고요. 다리가 아파서 넘어졌는데, 다시 일어날 수가 없었다고 도와줄 수 있겠냐고 하셨습니다. 조부모님을 도와드렸던 경험들을 바탕으로 할머니 앞쪽에서 팔을 잡아당기기보다는 뒤쪽에서 겨드랑이를 잡고 일으켜 세워드렸습니다. 팔을 당겨버리면, 팔에 힘이 없어 갑자기 뒤로 넘어지거나 엉덩이를 바닥에 찧어버릴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게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고맙다고 말씀하시는 할머니에게 인사를 드리고 지하철을 타러 걸어가는데, 뿌듯한 마음이 들면서 또 한편으로는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가 혹시라도 길에서 힘든 상황이 있으면 누군가 꼭 도와줬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조부모님과 함께 살면서 나이 드는 슬픔이 크게 다가옵니다. 인간이라면 당연히 겪어야 하는 순간들이지만, 하루하루 활동력이 떨어지고 체력이 약해지는 조부모님을 보면서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어요. 본인의 의지로는 할 수 없는 것들이 많아지고 누군가 옆에서 도움을 줘야 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니까요. 물론 그런 순간들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건 당연하지만, 제가 가장 두려운 사실은 누군가 옆에 없을 때 어떡하지 하는 상황입니다.
앞으로는 길을 오가며 도움을 드려야 하는 상황이 있는지 잘 찾아봐야겠어요.
이상
2024. 05. 19
ps. 비행기가 날아가는 하늘을 본 적이 있는데요. 속도가 정말 빠르지만 하늘 위에 그려지는 길은 너무 아름답더라고요. 시간의 흐름을 막을 수는 없지만, 나아가는 길은 아름답게 만들어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