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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단고고 Jun 10. 2024

꾸준함이 모든 것을 이긴다지만, 저는 패배했었습니다.

천도복숭아 하나도 2년 이상을 바라보고 기다리는데.. 일단 해보자고요.

'꾸준함이 모든 것을 이긴다'


저는 이 말이 멋지면서도 너무 무섭습니다. 짧게라도 매일 글을 쓰겠다고 다짐했는데, 7개의 글을 쓰고 또 20일이라는 휴식기를 가져버렸어요. 휴식기를 가지고 난 다음 다시 힘을 내어 달려가면 되는데, 실패했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새로운 시작을 못하고 있었어요. 구독해 둔 브런치 작가님들이 매일 글을 쓰고 앱 푸쉬를 받을 때마다 너는 실패자라는 낙인을 받는 것 같았거든요. 


근데 이번 주말에 부모님이 귀촌을 하신 시골에 놀러 갔다 왔어요. 금요일 퇴근하자마자 내려가서 주말을 온전히 자연과 함께 보냈는데요. 약 3년 전만 해도 아무것도 없던 밭에 영역이 생긴 게 놀라웠어요. 자두나무 영역, 상추 영역, 오이 영역, 딸기 영역 등등 각자 자기 자리를 찾아간 기분이 묘해졌습니다. 그리고 3년 동안 부모님도 나름의 전략과 노하우가 생기신 것도 흥미로웠어요. 밭에 퍼져있던 딸기들은 둑을 높이 올려 하우스 옆으로 이사를 갔어요. 그렇게 하면 땅에 딸기가 닿지도 않고, 해도 받을 수 있거든요.


꾸준히 해야 한다는 것이 하루도 빠짐없이 이어간다면 좋겠지만, 일단 시도해 본다는 것이 더 큰 의미가 있다는 것을 알았어요. 일단 해봐야 배우기도 하고, 나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간다는 사실도 알았거든요. 농사도 씨를 뿌리고 싹이 오르고 열매가 달릴 때까지 해줘야 할 일만 하면 되어요. 물을 주고 가끔 약도 주고 잘 자랄 거라고 응원하고 믿어야 한답니다. 물론 가끔 물을 주는 걸 잊기도 하고 약을 줘야 하는 타이밍을 놓치기도 하겠지요. 하지만 잊었다고 버리고 포기하지 말아야 해요. 늦더라도 물을 주고 약을 주면 살아나는 친구들도 있거든요. 그러면서 꾸준히 물을 줘야 하는 의미를 배우고, 약을 줘야 하는 타이밍도 배우겠지요?


이상

2024. 06. 10



ps. 천도복숭아나무를 사러 장을 나갔던 게 약 3년 전인데요. 나무를 사러 간다고 했는데, 길쭉한 나무 가지 하나를 사는 거예요. 그러더니 2년만 지나면 열매가 달릴 거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2년 뒤를 내다보고 나무를 사서 심는다니 농사도 진짜 어렵구나 생각을 했는데,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2년이 흘러서 나무에 다글다글 열매가 열렸어요. 그냥 해보면 되나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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