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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개미핥기 Nov 19. 2020

Moo'tice

#07, 말하지 말 걸 그랬어 - '가족이라는 경계'


#카톡 이나 문자 메시지로 얼굴을 보면서 물어보는 건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또한, 얼굴을 맞대지 않고, 심각한 말을 건네는 일은 우리 사이를 더 멀어지게 하는 일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결국 둘 다 아니었다. 차라리 얼굴을 맞대지 않고 말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 됐을 수 있었다.


우리는 서로 멀리 떨어져 살고 있었기에 한 달에 한 번을 만났다. 그리고 그 만남은 내가 부산으로 내려가야 성사되었다. 원래 부산을 내려가면 하던 일은 #가족 과 함께 식사 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 일이 있은 후, 그 사람의 가족을 다시는 볼 수 없었다. 나는 이미 그들에게서 '가족이라는 경계'를 벗어났기 때문이다.


그런 위화감을 느꼈기 때문일까. 나는 그 사람을 만나서 하루를 즐겁게 보낸 후, 다음 날 만나서 이야기를 건넸다. 


"당신이 어머님과 전화하는 걸 들었어요. 사실 몰래 들으려는 의도는 없었어요. 전화가 내 생각보다 심각했고, 진지했기 때문에 그렇게 한 발자국 떨어져서 들을 수밖에 없었어요. 일단 몰래 들어서 미안해요. 내 마음과 행동은 그게 아니었는데,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렇게 말을 하고 나는 다음 말을 이어나가고자 했다. 하지만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도저히 내 입에서 다음 말이 나오지 않았다. 대신 울음 섞인 떨림만을 전달할 수밖에 없었다. 그게 내 최고의 표현이자 전부였다. 사실 미안하다는 말보다는 원망을 하고 싶었고, 나보다 더 좋은 사람을 만나라고 하고 싶었다. 그 말을 하고 난 후, 모든 것을 정리해서 올라오고 싶었다. 그러나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 말을 꺼내는 순간 우리의 관계는 끝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결국 끝까지 나는 비겁했고, 창피한 사람이었다.


생각해보면 나 자신의 부끄러움과 비겁함이 나를 지배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머니께 몹쓸 말을 던진 것이다. 불효도 이런 불효가 없다.


그 말을 전달한 후, 그 사람은 나를 꼭 안아줬다. 눈물은 흘리지 않았다. 담담히 내게 말을 건넸다.


"우리의 결혼 생각은 너무 이른 것 같아요. 조금 더 생각해보는 건 어때요? 한 2년 후에 결혼하는 거예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알았다. 우리의 관계가 끝났다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속으로 생각했다. '괜히 말한 것은 아닐까?', '왜 그런 쓸데없는 말을 꺼냈을까?' 금방 내 머릿속은 후회로 물들었다. 내 마음은 울음으로 가득차 있었고, 머릿속은 슬픔이 지배했다. 하지만 그 물음에 관해서 나는 대답을 해야했다.


"좋아요. 당신도 더 좋은 사람이 있으면 만나요. 사실 나로 인해 당신이 불행하길 바라지 않아요. 나라는 사람이 많이 부족하고, 현재도, 미래도 준비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당신을 힘들게 하는 것은 아닐까 걱정했어요. 이제야 걱정을 조금 덜게 된 거 같아서 마음이 놓여요."


마음은 나쁜 사람이라며 뭐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나는 여전히 그 사람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를 좋아해줬고 잠시나마 결혼을 생각해줬고 또한, 내가 생각할 수 있게 해줬다. 그것에 감사했다. 가족들에게도 고마웠다. 나라는 부족한 사람을 잠시나마 '가족이라는 경계'에 넣어줬기 때문이다. 또한, 어쩌면 진짜, 그 사람의 말대로 2년 후에는 우리가 한 집에서 행복한 가정을 꾸리며 살아가지 않을까 상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은 상상으로 남았고 현실이 되지 않았다. 그 일이 있은 후, '우리-사이'에는 많은 변화가 생겼기 때문이다.




ps. '우리-사이'가 무엇일까?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결정짓는 근본은 무엇일까? 나는 여전히 그 근본에 관하여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 '우리'를 연결짓는 선은 항상 모호하게 남아있기 때문인데, 시간도 공간도 그리고 그 순간도 우리는 알지 못한다. 그 때문일까? 나는 요즘도 많은 사람을 만나며 '선'을 놓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데, 어느 순간 그 선은 손 쉽게 잘려버린다. 어느 한쪽에서 잘라내면 쉽게 잘리는 선이기 때문이다. '인연의 실타래'처럼 미래까지 쭈욱 이어지길 바라는 나인데, 요즘은 쉽게 잘라내는 연습을 해야하나 고민이 많다.


#이별의순간 #이별 #선 #인연 #인연의끈 #사랑 #애정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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