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쓰는개미핥기 Nov 18. 2020

Moo'tice

#06, 소중한 가족 - 상처 주기 쉬운 사이


해서는 안 될 말을 내뱉었다. 그것도 나보다 더 큰 상처를 받았을 #어머니 한테 말이다. 이 말을 꺼내지 말았어야 했다. '어머니 때문에', '우리집이 가난해서'라는 막되먹은 소리를 겉으로 내뱉은 것이다. 사실 그 사람과의 #이별 의 가장 큰 원인은 나에게 있었음에도, 그 잘못을 가족에게 돌렸다. 특히, 홀로 형과 나를 오롯이 그리고 버젓이 키워놓은 어머니에게 말이다. 


그 당시에는 아차싶은 마음도 없었고, '왜 또 나에게 이런 #불행 한 일을 일어나게 하냐'는 원망만이 남아있었다. 사실 그 원망은 어머니를 향한게 아니라 나를 향한 것이었음에도 겉으로 내색을 해버린 것이다. 나는 철이 없었고, 어렸었다. 또한, 미친놈이었다.


당시 그 사람이 우리집에 인사를 왔다. 그 사람이 묵을 곳을 구해야 했기 때문에, 따로 숙소를 구해줬다. '호텔'로 말이다. 그 사람은 거기서 잠을 자고, 다음 날 아침 그 사람을 데리러 갔는데, 그 사람이 어머님과 전화통화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엘레베이터 앞에서 그 이야기를 듣게 됐다.


전체적인 이야기는 다음과 같았다.


"사람은 너무 좋아, 그런데 집이 너무 가난해, 과거 그 사람과 비교하면 진짜 사람은 좋지. 과거 그 사람은 요트 사장님 아들이었잖아. 그러니까 당연히 집안이 좋을 수밖에 없지. 그런데 담배도 피고 술도 많이 마셨잖아. 나는 담배피는 사람은 절대로 싫었으니까. 그런 면에서 이 사람이 정말 좋은데, 우리집이 다 해줄 수 없잖아. 이 사람네 집도 가진게 없더라고. 공장도 있는데 작은 곳이고, 어머님이 자신이 가진 것이 없어서 해줄 수 있는게 없데."


내가 온지도 모르고 그 사람은 30분이 넘게 통화를 했다. 나는 아무것도 못 들은 척 그 사람한테 다가갔는데, 그 사람은 급하게 전화를 마무리 지었다. 또한, 어머님과 통화한 것이 아닌 척 어색한 연기를 펼치며 말이다. 그 사람은 "왜 벌써 왔어요?"라며 아무렇지 않은 척 말했지만 티가 많이 났다. 나는 아니, 우리는 서로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조식을 먹으러 향했고, 아무일 없다는 듯이 하루를 보냈다.


그때 나도 지방에서 일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날 바로 지방으로 그 사람과 함께 내려갔다. 내려가는 도중 어머님한테 다시 전화가 왔다. 통화 볼륨이 컸는지, 통화 소리가 내게도 다 들렸다. 어머님은 전화를 받자마자 "어떻게 결정했어?"라는 말을 했다. 그 말이 들리자마자, 그 사람은 통화볼륨을 낮췄고, 나의 눈치를 살펴보더니 어머님께 나와 함께 있다는 사실을 알렸다. 어머님은 곧바로 은어를 사용했다. "토낄거야?", 그 사람은 다시 한 번 당황했고, "엄마 토끼가 뭐야!"라는 말을 했다.


그 말을 듣고 나는 다시 한 번 마음이 아팠다. 두 사람의 대화가 의미하는 바를 알아들었기 때문이다. 그 사람은 내가 앞에 했던 통화를 듣지 못했다고 생각했기에, 내가 의미를 파악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 또한, 아무렇지 않은 듯, 무슨 말이냐는 듯, 그저 말을 돌렸다. 하지만 내 가슴은 이미 무너지고 있었다. 슬펐지만 슬픈 표정을 티내지 못했고, 울고 싶었지만 울 수 없었다. 슬퍼하며 우는 순간, 내가 엿들은 사실을 그 사람도 알게 될 것이고, 나는 비겁한 사람이 될까 두려웠었다. 그래서 그날은 그렇게 넘겼다.


하지만 그 이후, 내 마음은 한없이 낭떠러지로 떨어지고 있었다. 누구도 구해주지 못할 나락으로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나락으로 떨어지는 순간이자, 깊은 수심에 빠져버린 폐쇄공포증 환자처럼 변해가고 있었다. 숨을 쉴 수가 없었고, 가슴이 답답했다. 나는 이 마음을 그 사람에게 전달하지 않으면 안 됐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우리의 갑자기 멀어져버린 이 사이를 다시 돌릴 수 없다고 생각했다. 물론, 그 말 이후에 더 멀어질 것이라는 생각도, 예상도 했지만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미련한 믿음만 가지고 있었다. 그렇게 다시 한 번 하지 말아야 할 말을 그 사람에게 건넸다.



ps. 자본주의 시대에 자본을 생활과 연관시키지 않고는 살아가기 어려운 세상이다. 하지만 나는 이상을 꿈꿨고, 믿었다. 지금도 그렇게 믿고 살았는데, 현실은 녹록치 않은가 보다. 나를 힘들게 만드는 시작점은 언제나 '#자본'이었다. 지금도 그렇다. 한 순간 지나치거나, 적당한 거리를 유지할 수 있는 인간관계는 자본이 중요한 요소로 놓이지 않았다. 하지만 더 가깝고, 가까워질 관계에서는 항상 자본이 문제가 됐다. 앞으로도 그럴 것 같아, 나는 무척이나 두렵다.


#문학 #소설 #사소설 #취업 #돈 #현실문제 #사랑 #연인 #이별




작가의 이전글 Moo'tice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