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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개미핥기 Nov 21. 2020

Moo'tice

#08, 안부도 묻기 힘든 사이, 그런 사이


#안부 조차도 묻기 힘들어졌다. 물리적 거리에 따라서 심리적 거리도 멀어졌다. 더이상 그 사람에게는 연락이 잘 오지 않았다. 점점 줄어드는 #연락 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이별 밖에 답이 없다. 기존에 오던 전화도 사라졌다. 어느 새 핸드폰을 쥐고, 그 사람의 연락만 기다리는 미련한 내가 됐다. 한 번은 직장 선배가 내게 말했다.


"그렇게 폰 붙잡고 답장한다고 돌아오지 않아"


맞다. 사실이었다. 가끔씩 오는 연락에 10초 내로 답해도 그 사람의 답장 시간은 줄어들지 않았다. 줄어드는 나의 답장 시간에 반응하듯, 늘어나는 그의 답장 시간은 나를 더욱 몰아부쳤다. 이미 그 사람의 마음이 떠났고 모든 것을 접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나는 미련을 놓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차라리 놓는 것이 덜 처량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지만 쉽게 할 수 없었다.


그래도 우리는 한 번 더 만났다. 그 다음 달에 말이다. 하지만 즐겁지 않았다. 이미 그 사람의 마음이 떠났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일까? 그저 조급했다. 다시 잡아야 하는데, 어떻게 붙잡아야 할 지 몰랐다. 당장 수중에 없는 돈을 만들어 내면 그 사람이 돌아올까? 아닐 것이다. 이미 떠났기에 그 마음을 되돌리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도 나는 그 사람의 마음을 붙잡고 싶었다. #처절했다. 이 사람 아니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함께 시간을 보내며 나는 그 사람의 눈빛에서, 행동에서 무언가를 읽어냈다. 그걸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동정',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더 이상 다른 감정이 없었다. 아니 하나 더 있었는데, #불쌍함 이었다. #애처로운눈빛 으로 나를 반복해서 바라봤다. 속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이 불쌍한 놈'


사랑에 동정이라는 감정이 붙으면 #비참함 으로 끝나게 된다. 또한, 그 비참함은 일방적이다. 그리고 그 비참함은 나의 몫이었다. 오롯이 나만이 느낄 수 있었고, 나만이 받을 수 있으며, 나만이 감당해야 하는 그런 감정이었다. 하루 종일 그 감정을 그 사람의 눈빛과 행동에서 받다보니, 그 다음 날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다음 날 나는 축 처져 있었고, 기운이 없었다. 그 사람은 그것조차도 #못마땅해 했다. 나라는 사람을 이제는 이해해주기 어려운 상황에 이르렀고, 우리 앞에는 이별만이 놓여있는 듯 했다. 그렇게 우리 사이는 더욱 멀어지고 있는 중이었다. 물론, 나는 가까이 다가가려 했으나 그 사람은 계속해서 멀어지고자 했다. '꼭 저리 좀 가'라고 말하는 듯 했다.


그래도 나는 우리 인연의 끈을 놓고 싶지 않았다. 붙잡고 싶었다. 서울로 돌아오는 다음 날, 그 사람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꽃도 미리 준비하고, 맛있는 음식점도 예약하고, 별짓을 다 했다. 그 날은 조금은 풀어지는 듯 했다. 왜냐하면 그날 만큼은 #동정의눈빛 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감정선은 길지 않았다. 내가 서울로 돌아오는 순간 사라졌다. 또 다시 연락이 오지 않기 시작했고, 드문드문 소식만 전하게 됐다. 조금의 일상도 공유하지 않는 사이가 됐다. 하루는 연락이 아예 되지 않았다. 그 이유를 알 수 없어서 나만 안절부절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리고 다음 날 연락이 왔다. 




ps. 사실 그 사람은 나를 3년간 마음에 담아두었다고 했다. #짝사랑 이라는 말로는 과하지만, #호기심 과 #호감 정도로는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생각해보면 우리가 만나기 3년 전부터 그 사람은 내 생일을 챙겨주고, 지방으로 떠나는 순간까지 나에게 연락을 해오며 관계의 끈을 놓지 않으려고 했다. 나는 그 3년 동안 그 사람의 마음을 알지 못했었는데, 다시 만난 후 그 사실을 알고 마음이 급하게 기울었었다. 하지만 그것은 다 꿈이었나보다. 3년 이라는 마음은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3개월만에 식어버렸기 때문이다.


#연애 #이별 #소설 #사소설 #소설같지않은소설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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