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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개미핥기 Nov 27. 2020

Moo'tice

#10-3, 우리 그만 만나요 - '갑자기' 어색한 사이


#자살바위 에 관한 이야기 중 하나가 '실연을 당한 사람들이 세상을 비관하며 절벽 아래로 몸을 던져 목숨을 끊는 경우'라고 그 사람이 설명해줬다. 부산 출신이 아닌 나는, 그 이야기를 몰랐는데 그 사람이 아주 #친절하게 설명해줬다. 자신이 아는 이야기를 풀어내고 싶어서 이야기 했지만, '나의 미래를 암시하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도 함께 들었다.


한편으로 그 앞에는 모자상이 있었는데, 그 사람은 모자상에 관하여 설명은 해주지 않았다. 의도적으로 하지 않은 것인지 모르겠지만, 그 모자상이 세워져 있는 이유를 말해줬다면 우리의 미래가 달라질까봐 그런 것인가. 모자상은 기본적으로 #자살 하려는 사람의 마음을 돌려놓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사실 내 눈에는 그때 그 모자상이 잘 보이지 않았다. 그 사람과 함께 있는 시간에 집중한 것인지, 나 자신의 감정에 집중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내 눈에는 자살바위만이 들어왔다.


그 설명을 들은 후, 그 공간을 벗어났다. 그리고 다시 돌아내려왔다. 당시 태종대 주차장 입구는 바람이 너무 많이 불었다. 그 사람과 나의 머리는 한없이 찰랑거렸고, #펄럭 거렸다. 정처 없이 소리지르는 머리카락은 나와 그 사람의 시야를 가렸다.


한번은 우리 둘이 차에 치일 뻔 했다. 앞이 보이지 않는 것도 있었지만, 그 차가 주차장에서 너무나 빠르게 나왔다. 기겁하며 그 사람을 내게 당겼는데, 그 사람은 자동차보다 내가 더 무서웠는지 당황한 표정을 보였다. 그러면서 나를 자연스럽게 밀어냈다. 갑자기 우리 사이는 어색해졌고, 손도 잡지 못한 상태로 차를 향해 걸어갔다.


차에 타서도 우리 사이는 어색했는데, 다음으로 어디를 갈 지 마땅히 정하지 못했다. 특별히 오랜만에 만나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었는데, 그 사람은 집이 가고 싶은 듯 했다. 만난 지 얼마 안 된 시간에 그 사람은 자신의 집 근처 떡볶이 집을 가자고 했다. 그 사람은 그냥 그게 먹고 싶다고 했다. 그곳은 차를 끌고 가도 1시간이 넘게 걸리는 곳이었는데도 말이다. 


한편으로 '내가 #피해의식 이 심해서 그런 것인가?'라는 고민도 해보고, '내가 너무 두려움에 사로잡힌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도 해봤다. 하지만 내가 생각했던 것은 맞았다. 우리는 떡볶이 가게를 가서 간단하게 먹었고, 그 사람은 집에 데려다 달라고 했다. 우리는 아침 일찍 만났기 때문에 그 시간은 오후 3시밖에 되지 않았었다.


그 사람은 그 일이 있은 후, 갑자기 가라앉은 모습과 어색한 태도를 내게 보였다. 아마도 나와 함께 있는 그 시간이 불편해졌을 것이다. 나와 접촉한 그 짧은 시간 많은 생각이 스쳐지나갔을 것이고, 떠올랐을 것이다. 또한, 미래가 불투명한 우리를 다시 한 번 떠올렸을 것이다. 나는 그 사람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었지만, 집에 가고 싶다는 그 사람의 강한 의지를 꺾을 수 없었다. 그래서 결국 데려다 주기로 했다.


그 사람을 오후 3시에 집앞에 데려다 준 후, 나는 바로 차를 돌려 서울 여정길로 떠났다. 네비게이션을 찍어보니 대략 5시간이 소요됐다. 내가 그 사람을 보기 위해 온 시간 10시간도 채우지 못하고, 그렇게 돌아갔다. 그리고 돌아가는 길에 충격적인 문자를 받았다.


"우리 사이 다시 생각해보는 거 어때요? 당신도 오늘 느꼈겠지만 우리가 함께한 시간이 즐거웠지만 행복하지는 않았어요. 내가 서울로 다녀오고, 그 일이 있은 후, 내 마음이 달라진 걸 당신도 알잖아요. 일방적이라 미안하지만, 이 이상은 뭐라고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어요. 당신이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당신이 더 좋은 사람을 만났으면 좋겠어요. 우리 사이가 이 이상은 아니라고 저는 생각해요. 잘지내요. 어쩌다가 또 만날 수 있으면 우리 웃으면서 봐요."


그 문자를 받고 나는 차를 세울 수밖에 없었다. 졸리지 않았지만 #졸음쉼터 로 향했고, #애타는마음 을 담아 그 사람에게 전화를 걸었다.




PS. 고속도로에서 그 문자를 받고, 그 사람에게 문자를 급하게 보내려다가 죽을 뻔했다. 시속 110km로 달리는 차가 휘청거렸고, 옆에 오던 차와 충돌할 뻔했다. 그렇게 당황스러운 마음, 애타는 마음을 진정시키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겨우 졸음쉼터를 발견하고 들어갔고, 거기서 30분 넘게 그 사람에게 전화를 걸었다. 


 #현실 #연애 #사랑 #이별 #글귀 #글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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