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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개미핥기 Nov 30. 2020

Moo'tice

#10-4, 우리 그만 만나요 - 단 하나의 문자


전화는 한 없이 울렸다. 한 번, 두 번, 세 번, 네 번, 다섯 번. 그 사람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렇게 조금씩 지쳐갈 때 즈음 문자가 왔다.


"우리 그만 만나요. 우리는 맞지 않아요. 더 이상 전화를 해도 할 말이 없으니까 전화하지 말아요. 우리 서로 갈 길 찾아서 가는 것이 나을 거예요. 당신을 위해서도 좋고, 나를 위해서도 좋아요. 나를 좋아하면, 나를 더 생각해준다면 이제 그만 전화해요. 더 한다고 해도 안 받을 거예요. 잘 지내요."


마지막 문자가 내게 도착했다. 그 이후로 그 사람은 내가 문자를 보내도, 전화를 걸어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아니,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닌 다른 반응이 왔다. 바로 #차단. 그 이후로 전화를 해도 차단했다는 말이 왔고, 문자도 읽지 못하는 상태로 전환됐다. 그 사람의 폰이 아이폰이었는데, 그 점을 알려줘서 쉽게 포기할 수 있었다.


차단을 당한 것을 인지한 그 시점에 두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하나는 #편안함, 다른 하나는 #허탈함 이었다. 어차피 연락이 안 되니까 이야기 할 수 없으니까 편했다. 너무도 편해서 갑자기 졸음이 몰려왔다. '잠을 잘까?'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자면 다 잊고 쉴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편으로 허탈한 마음이 너무 강하게 마음을 때려 몸에 힘이 빠졌다.


이 두 가지 감정이 합쳐지니 졸음쉼터라는 글자가 눈에 선명히 보였다. 졸음쉼터에 온 김에 이왕이면 잠을 좀 자고 올라가자고 생각했다. 솔직히 말하면 운전을 해서 올라갈 힘이 없었다. 체력도 그렇고, 정신적인 상태도 그랬다. 다 포기하고 쉬는 것이 나를 위한 길이라 여겼다. 그렇게 잠을 청했다.


눈을 감고 아무 생각하지 않으려고 했다. 하지만 그것이 마음대로 되던가? 쓰잘데기 없는 생각과 어제 밤 마주쳤던 그 상황이 계속 떠올랐다. 눈을 뜨고 머리를 두어번 흔들고 다시 눈을 감았다. 두 번째는 수월하게 잠을 잘 수 있었다. 눈을 감자마자 내 이성의 무의식으로 빠져들었다. 


무의식 세계로 들어가자마자 행복한 꿈을 꿨다. 그 세계는 나를 최고로 행복한 사람으로 만들어줬다. 그 꿈은 미래였다. 과거도 현재도 아닌 미래였다. 우리는 웃고 있었고, 행복했었고, 즐거웠었다. 그런데 우리 중, 한 명이 누구인지 보이지 않았다. 아니 두 사람의 존재가 있었을 뿐, 누가 여자고, 누가 남자인지 조차도 인지할 수 없었다. 그저 뿌연 세계가 행복하게 다가왔을 뿐이다.


경적소리에 잠에서 깼다. 하지만 미몽은 깨지지 않았다. 그 행복했던 꿈이 마음에 남아서 그랬다. 다시 한 번 더 뒷차의 경적이 울렸다. 그리고 너무 황홀했던 꿈은 #악몽 이 됐다. 악몽이 되자마자 서럽게 울어버렸다. 마음에서 넘치는 감정들을 제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한참을 차 안에서 혼자 #꺼이꺼이 거리면서 울었다. 그리고 힘없이 엑셀에 발을 올려놓고 출발했다. 집으로 말이다.




PS. 집으로 올라가는 길에 몇 번이나 #죽고싶다 는 생각을 했다. 동시에 '죽으면 어떡하지?'라는 바보같은 생각도 함께 했다. #양가감정 이 동시에 떠오르면서 내가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는 그 현실에 절망을 하고 말았다. 그래도 힘없는 #종이인형 처럼 차를 열심히 몰아 집으로 갔다. 도착하고 보니 시간은 12시였다. 그리고 다시 잠드는데 5시간이 걸렸고, 1시간 후에 일어나 #출근길 에 올랐다. 


#현실 #연애 #사랑 #이별 #글귀 #글감 #문자메시지 #문자 #그만만나요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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