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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개미핥기 Dec 11. 2020

Moo'tice

#18, '우리는 우리가 됐기 때문이다'

그녀와 나의 #시작일 인 사랑고백은 두 번째 만남에서 행해졌다. 아니 확실히 말하면, 부산에서의 두 번째 만남이다.


첫 만남은 그 사람이 서울로 올라와 함께 시간을 보냈을 때였으니까 말이다. 그때는 내가 그 사람을 위한 호텔 예약부터 운전까지 해줬으며, 그 사람의 친구도 불러 호텔 조식까지 맛 볼 수 있게 해줬다.


그 사람은 집에다가 나를 만나는 동시에 친구도 만나고 온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좋은 추억을, 좋은 기억을 남겨주기 위해 기꺼이 내가 해줄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줬다. 내 직장에서 구해줄 수 있는 특급호텔로 예약해줬고, 그 사람이 친구와 편히 묵을 수 있게 스위트룸으로 예약해줬다. 물론, 회사의 복지 덕분에 저렴하게 할 수 있었다. 또한, 조식까지 추가로 예약하여 그 사람의 다음 날도 기꺼이 책임졌다. 이 때문에 부산으로 내려간 첫날부터 그 사람의 어머님이 나를 궁금해했고, 그렇게 만나게 됐다.


우리는 송정해수욕장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눴다. 하지만 그곳에는 우리 둘만 있지 않았다. 그 사람의 어머님이 우리를 따라왔다. 두 번째 만남에도 내 차를 끌고 가지 않았기 때문에, 어머님이 드라이버를 자처하신 것이다. 그 사람의 몸이 허약하기도 했고, 어머님은 차 없이 멀리 가는 우리 둘이 걱정이 됐었던 것 같다. 또한, 마침 어머님의 약속이 그 근처였기 때문에 우리와 시간을 보내다가 이동하실 계획이었다.


조금 멀리 떨어진 곳에 어머님이 계셨지만, 우리 둘은 바다를 바라보며 백사장을 거닐었다. 처음에는 그 사람에게 어떻게 말을 해야 하나 고민했다. 고백도 하기 전에 그 사람의 가족을 전부 본 탓인데, 우리의 관계 정립에 있어 나는 혼란스러웠던 터였다. 우리 사이에는 아직 관계를 정립하는 #하나의행위 가 생략됐기 때문이다.


#고백 이라는 것은 우리의 관계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만드는 #계기 가 될 것이 분명하다. 특히, '나'는 #연인 사이에서 관계를 확정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선후관계가 이미 뒤바뀌어서 '이게 맞는 것인가?'라는 고민도 했다. 사실 나는 엄청 보수적인 사람이다. 누군가를 만남에 있어 관계가 정립이 되지 않으면 #이도저도 할 수 없는 사람이다. 그때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또한,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이 관계를 정립해야만 그 사람과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게 관계이든, 결혼이든, 선언이든 말이다. 그렇지 않으면 누구에게도 떳떳하지 못할 것이라 여겼다. 고민 끝에 결국, 그 사람에게 우리의 관계를 #정립 하기로 했다. 이미 정해진 결과였다. 하지만 이 행위를 거치지 않으면, 나는 '우리가 우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사소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나는 서서히 우리의 관계에 관하여 진지하게 말했다. 아니, 그냥 이렇게 말했다.


"당신이 너무 좋아요. #수서역 에스컬레이터에서 올라오는 당신의 첫 모습을 봤을 때, 다시 한 번 반했어요. #대학원 에서 만났던 그때와는 다른 당신의 모습에 내 마음이 한 번 더 쿵하고 내려앉았어요. 내가 생각했던 당신의 모습보다 아름다웠고, 내가 바라봤던 당신의 모습보다 눈부셨어요. 우리 오늘부터 사귀어요."


그 사람의 답변은 간단했다. 


"좋아요."


하지만 모습은 간단하지 않았다. 몸은 베베 꼬았고, 볼이 발갛게 물들었으며, 눈빛은 사랑에 빠진 고등학생의 선함이 보였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웠다. 그래서 #첫키스 를 그 사람 어머님의 시야 안에서 해버렸다. 달콤했지만 쑥쓰러웠고, 쑥쓰러웠지만 당당했다. 내가 당당할 수 있었던 이유는 '우리는 우리가 됐기 때문이다.'




ps. 그 사람의 어머님이 '우리를 보셨을까?'라는 걱정을 속으로 했지만, '보셨어도 어쩌겠어'라는 마음으로 지나갔었다. 


#사랑 #이별 #해수욕장 #사랑고백 #로맨틱 #성공적 #고백  #바다 #부산바다 #송정해수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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