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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개미핥기 Dec 14. 2020

Moo'tice

#19, "이제 다 했어?"

쑥쓰럽지만 황홀하게, 우리는 입 맞추는 일을 마쳤다. 쑥쓰러웠던 표정과 다르게 당당하게 주변을 둘러봤다. 우리를 쳐다보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고, 다들 제 할 일 하느라 바빴다. 생각해보니, 나만 주변을 의식했지 아무도 우리에게 관심이 없었다. 아, 단 한 사람은 우리를 지켜보고 있었다. 바로 '그 사람의 어머님'.


그 사람의 어머님은 우리를 지켜보고 있었다. 아니, 안 보는 척 했지만 쳐다보고 있었다. 전화기를 붙들고 눈을 계속해서 굴리면서 쳐다보는 것이 느껴졌다. 나 또한, 그 사람의 어머님을 안 보는 척 의식하면서 쳐다봤다. 어색한 상황이 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그랬다.


그 사람의 어머님은 손에서 핸드폰을 놓지 못했다. 통화가 길어지는 듯 했다. 그래서 우리는 저 멀리까지 다녀오기로 했다. 걸어서 가는 거리라 그렇게 멀리 가지는 못했다. 눈에 보이는 해수욕장의 끝을 찍고 왔을 뿐이었다. 그리고 파도가 발에 닿을 거리에서 바다를 함께 쳐다봤다.


바다가 선보이는 물결의 움직임은 영롱했다. #윤슬 이 우리 둘의 눈빛 안에서 흐드러지게 부서지고 있었다. 눈빛에 반사되는 영롱한 빛은 우리의 상황을 황홀하게 만들었다. 서로의 사진을 찍어주며, 부서지는 파도의 외침을 귀가 아닌 눈으로 들었다. 그 순간만은 바다의 외침이 들리는 듯 했다. 그 외침 안에서 #터보 의 #회상 을 떠올렸지만, 겨울이 아니었기에 나의 머릿속을 잠깐 스쳐 지나갔다.


우리가 다정하게 바다 앞에서 시간을 향유하는 동안, 그 사람의 어머님은 전화를 통해 다음 행선지를 정한 것 같았다. 그 사람의 어머님이 우리의 입맞춤을 본지 안 본지 모르겠지만, 그 사람의 어머님이 다가왔다. 그러곤 물어봤다.


"이제 다 했어? 어디 갈거야?" 


처음에는 어리둥절 했다. '다 했어?'라는 말의 의미를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곧바로 우리의 모습을 들켰다는 생각에 잠깐 멍했지만, 다시 머리를 굴렸다. 우리가 생각한 다음 일정은 #씨라이프부산아쿠아리움 이었다. 하지만 그곳은 송정해수욕장은 #해운대해수욕장 과 거리가 있어서 이동수단이 필요했다. 그래서 우리는 잠시 망설였다. 우리가 망설이는 것을 본 그 사람의 어머님은 먼저 이야기를 꺼냈다.

"나 #해운대 가야하는데 그쪽이면 같이 가자."

그 말을 듣자마자  그 사람은 반색하며 말했다.


"좋아요! 당신은 어때요?"


나는 사실, 마음 속으로 '버스 타고 가는게 더 좋은데'라고 생각했지만 겉으론 티내지 않았다. 우선, 보이지 말아야 할 모습을 보인게 너무 마음에 걸렸다. 충동적으로 행한 행위이긴 하지만, 둘 다 서른이 넘는 나이이지만, 어른의 앞에서 그 행위를 행했다는 사실이 쑥쓰러웠다. 또한, 송정해수욕장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도 어색했는데, 하나의 어색함이 더 추가되어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속마음과 다르게 내 입에서 말이 튀어나왔다. "저도 좋죠! 오히려 어머님이 힘드신데 저희까지 신경쓰느라 고생하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요!"라는 말이 나왔다. 내가 생각해도 참 뻔뻔했다.


우리는 그리고 바로 그 사람 어머님의 차로 향했다.




ps. 역시 그 사람 어머님은 우리를 챙겨주느라 해운대를 일부러 거쳐간 것이다. 그 길이 돌아가는 길임에도 말이다. 딸을 극진히도 아끼는 어머님이셨다. 그 사람의 몸이 어렸을 때부터 허약했기 때문이다.

#사랑이야기 #연애이야기 #이별이야기 #소설 #문학이아닌비문학 #문학 #좋은글 #됐으면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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