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무인 #오른쪽엄지손가락도장 #지장
한 줄 요약
- 우무인은 특정 직군에서 자주 사용되지만 '사전에도 등재되지 않은 단어'이다.
✔️ 법률, 등기, 행정 업무에 대한 정보를 찾다 보면 '우무인'이라는 말을 자주 접해요. 처음에 접했을 때, 우무인이 도대체 뭐야?라는 생각을 했죠. 처음 접하고 검색했어요. '우무인'으로요. 그랬더니 사전에도 나오지 않더라고요. 속으로 생각했어요.
'뭔데 사전에도 안 나와?'
✔️ 사전에도 안 나오길래 우리말로 된 단어인가? 생각했어요. 그래도 찾아내려고 다시 한번 검색했어요. 어학사전으로 설정하고 검색하니 '일본어 사전'에 용례가 뜨더라고요. 일본어 사전에 걸리길래 일본어인가? 생각했더니, 그건 또 아니더라고요.
✔️ 도대체 뭐야?라는 생각이 드는 찰나, 엄지손가락이 떠올랐어요. 왜냐고요? 도장 대신 찍는 용도로 사용하기 때문이죠. 언뜻 하나의 생각이 스쳐 지나갔어요. '무인인가?' 무인은 지장을 의미하거든요. 즉, 손도장을 의미하죠. 과거에는 도장 대신 많이 사용했던 터라, 그것이 아닐까 했어요. (여기서 말하는 옛날이라 함은 '신체포기각서'에 찍는.. 아..아닙니다.)
✔️ 다시 검색어를 좁혀 '무인'을 찾았죠. 웬걸, 창업 관련한 내용이 나와요. 요즘 무인점포가 많이 생기면서, 무인 창업에 대한 내용이 많이 뜨고 있거든요. 제가 찾는 내용은 이 내용이 아니기 때문에, '어학사전' 카테고리를 눌렀어요. 카테고리를 누르며 무인점포처럼 '무인(無人)'이 맨 먼저 나올 거라 예상했어요. 그런데 아니더라고요.
✔️ 다음 내용이 가장 먼저 나왔어요.
ㆍ무인2 (拇印)
[명사] 도장을 대신하여 손가락에 인주 따위를 묻혀 그 지문(指紋)을 찍은 것.
[유의어] 손도장, 수장1, 지장7
✔️ 오 생각보다 '무인'이라는 단어는 많이 사용하고 있던 거예요. 그럼 이 무인이라는 한자를 파헤쳐 보기로 해요. 拇 엄지손가락 무, 무자는 엄지손가락을 의미하네요. 印 도장 인, 도장을 의미하네요. 합치면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손도장, 지장' 등을 의미해요. 누구나 다 아는 단어이죠. 하지만 앞에 오른쪽을 의미하는 '右 오른쪽 우'가 붙으며, 우리에게 생소한 단어가 되어버렸어요.'
✔️ 右拇印 우무인, 각자의 의미를 담고 있던 세 개의 한자를 조합해 하나의 단어가 만들어졌어요. 과거였다면, 지장을 찍는 시대였다면, 우리는 모두 쉽게 이해할 수 있었을 거예요. 하지만 현재는 그렇지 않아요. 사전에서도 검색되지 않는 '생소한 단어'로 인식되고 있죠.
✔️ 그러면 우리는 이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아주 간단해요. 순화어를 대체하여 사용하는 거죠. 여기서 말하는 순화어는 순우리말을 의미하지 않아요. 단지, 사회적으로, 문화적으로 '현세대에게 익숙한 단어'로 변화시키자는 거죠. 더불어 한 번에 이해할 수 있는 쉬운 형태로 바꾸는 거예요.
✔️ 그럼 어떤 순화어를 사용해야 하냐? 어학사전에서 우리에게 선택지를 주고 있어요. 1번 '손도장', 2번 '지장'이죠. 저는 1번 '손도장'을 추천해요. 왜냐고요? 지금 중·고등학교 교과 과정에 '한문'은 선택과목이에요. 대다수의 학생이 선택 안 할 가능성이 높아요.
✔️ 그런 측면에서 누구나 다 이해할 수 있고, 다음 세대에서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손도장'을 추천해요. '지장' 또한 한자어로 이루어져 있어, 다음 세대가 쉽게 이해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에요. 사실, 한자어는 한국어의 한 분야를 차지해요. 그 점에 대해 이렇게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다음 세대의 사용성을 위해서는 그럴 수밖에 없다 여겨져요.
✔️ 사회적 흐름, 문화적 흐름을 받아들이는 측면이라 할 수 있죠. 과거와 다르게 한자어보다는 영어가 중요하게 여겨지는 시대이고, 제2외국어로도 선택될 가능성이 낮은 만큼, 과거의 틀을 벗어나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야 함을 이야기하는 거예요.
✔️ 이런 질문을 또 할 수 있어요. '부족하다고 포기할 거냐!' 제가 의도하는 바는 '포기'라기 보단, 많이 사용하지 않는 단어, 특수한 분야에서만 사용되는 단어는 '순화'하여 사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말하는 거예요. 이에 대해 토스가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데요.
✔️ 토스는 자곤(Jargon)이라 불리는 전문가나 특수 직역에서 사용하는 고유의 언어를 일반인도 이해하기 쉽게 풀어쓰고 있어요. UX Writing이라는 분야를 새롭게 도전하여 성공적인 사례로 거듭났죠. 이러한 토스의 행보를 본받아 저도 법률 용어의 순화를 도전했어요.
✔️ 쉽지 않더라고요. 변호사님은 '전문직에서 사용하는 용어인데, 쉽게 바꾸면 무시당한다.', '경쟁사가 볼 텐데, 그렇게 사용하면 되겠느냐', '전문용어는 전문용어로 남아있어야 한다.' 등 다양한 제지를 당했어요. 저는 결국 포기할 수밖에 없었죠. 환경적으로 불가능한 상태였기 때문이에요.
✔️ 왜 이런 문제가 발생했을까요? 서비스의 대상을 잘못 지정했기 때문이에요. 서비스를 이용하는 대상이 '일반인'임을 간과한 태도인 거죠. 경쟁사가 보든 말든, 우리는 사용자가 편리할 수 있도록, 이해하기 쉽도록 만들어야 했어요. 서비스 이용자는 전문직인 변호사, 법무사가 아니라, 일반인이기 때문이죠. 이를 설득하려고 무던히도 애썼어요. 하지만 실패했죠.
✔️ 이 실패는 저의 실패인 거예요. 설득을 제대로 진행하지 못했고, 그 내용을 이해시키지 못했고, 전달도 제대로 하지 못 했기 때문이에요. 그런 면에서 제가 UX Writing 가이드를 만들기는 했지만, 실패작이라 할 수 있어요. 일반인은 이해하기 어려운 용어들로 가득 차 있거든요.
✔️ 그래서 누구한테 보여주기 부끄럽다 생각해요. 하지만 보여줄게 그거밖에 없으니 어쩔 수 없이 오픈하여 보여주곤 하죠. 이럴 때마다 저는 생각해요. '아, 나는 아직도 많이 부족한 사람이구나, 배워야 할 점이 많은 사람이구나.' 이런 생각을 하며 저는 오늘도 '열심히 배워야지'라는 마음으로 일을 하고 있어요. 모르는 것은 물어보면서 말이에요. 그리고 공부한 점을 스스로 정리하고 있어요. 몰래몰래요.
✔️ 오픈된 곳에 내용 올리면서 그게 몰래몰래냐 물어볼 수 있어요. 또한, 어느 누가 보면 어떻게 하냐라고 물어볼 수 있죠. 뭐 어때요. 이건 제가 세상을 살아가며 터득하는 내용들이니, 소중한 내용이고 피가 되고 살이 되고, 추후에는 '득'이 될 내용들이라 여기는 거죠. 이렇게 저는 '지장(보살)'이 되어가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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