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과 상담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교보문고에 들렀다. 내가 할 수 있는 것들 혹은 하고 싶은 것에 관하여 생각하다 보니, '기계 비평'이 떠올랐다. '내가 좋아하는 것'에 '내가 좋아하는 것'을 더하기로 했다. 그래서 결론 지은 것이 기계 비평이었다. 나는 얼리어답터였다. 아니, 스마트폰 부분에서만 얼리어답터였다. 나머지 기계들은 쉽게 바꾸기는 가격적 부담이 있었다. 하지만 스마트폰은 아니었다.
스마트폰 초기 시장은 핸드폰을 다양하게 써볼 수 있는 기회의 장이었다. 3개월마다 기계를 바꿔도, 중고로 팔게 되면 또 다른 스마트폰을 살 수 있는 밑바탕이 만들어졌다. 요금제만 3개월 동안 착실하게 사용하면, 본전 치기가 가능했다는 말이었다. 현재 시장은 그렇지 않다. 위약금도 생겨났고, 최소 요금제 유지기간도 늘어났다. 단통법(단말기 유통 구조개선법)을 통한 정부의 시장개입에 따른 변화였다.
이 변화가 있기 전까지 나는 3년 만에 60대라는 핸드폰을 경험할 수 있었다. 이 중심에는 '폰테크'라는 안 좋은 말이 들어갈 수 있다. 하지만 나는 그 이후에 참전하여 폰으로 돈을 벌어본 기억이 없다. 단순히 지적 호기심으로 핸드폰을 뜯어보고 사용해보고 다양하게 경험을 해봤을 뿐이었다.
즉, 안드로이드 폰은 루팅을, IOS 폰은 탈옥을 통해 내재된 기능을 더 다양하게 활성화하여 기계적 닫힘을 열어보고자 시도했을 뿐이다. 한 때는 동시에 폰 세 개를 테스트해보고 무슨 차이가 있는지 친구들에게 설명을 해주기도 했다. 차라리 이때 언박싱 유튜브를 했다면, '100만 구독자가 되어 많은 돈을 벌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헛된 생각도 가끔 해본다.
그리고 대학원 시절 한 선배는 내게 스마트폰에 관하여 글을 써보는 것은 어떠냐고 말했다. 괜찮다는 생각을 하여 전체적인 구도를 떠올린 적이 있다. 스마트폰의 가격과 인간의 일상생활을 엮어서 한 편의 글을 써내자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써내지 못했다. 심도 깊게 쓰기에는 내 실력이 부족했고, 이론적 바탕이 부족했다. 그렇다면 지금 쓰라고 한다면 쓸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답은 '아니다'였다. 아직도 나는 많은 점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여하튼 다시 돌아가서 집에 도착하여 #기계 비평 서론을 읽었다. 한동안 내 머릿속에 남은 것은 물음표뿐이었다. 곧이어 이 물음표는 느낌표로 변했다. 깊게 생각해보니 이영준 선생님은 덕업을 하나로 만들어 논리적으로 풀어내신 것이었다. '나라면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부터 시작하여, '지적 호기심을 이렇게 풀어낸다고?'라는 감탄사를 내뱉었다. 그리고 나는 책을 덮었다. 왜 덮었냐고 물어본다면, 이건 아껴두고 열심히 읽고 싶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 이후로는 펼쳐보지 못했다.
펼쳐보지 못한 이유는 선배를 만났기 때문이다. 선배를 만나기 전에 나는 생각했다. '내가 지금 생각하는 바에 조언을 더 얹어서 학문적 의의를 얻어낼 수 있는 길로 갈 거야!'라고 말이다. 하지만 선배에게서 내 생각 즉, 내 예측과 다른 팩트 폭력이 날아왔다. 그 덕에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게 됐지만, 그 당시에는 나를 한 번 더 방황 속으로 내던져지게 만든 일이기도 했다.
ps. 선생님과의 만남 이후로 많은 것들을 생각했다. 선배를 만나기 전에 많은 준비를 해서 더 좋은 조언을 들어야겠다고도 생각했다. 하지만 다 부질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