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해진다는 건

_받아들이기, 스며들기

by 박시윤

– 익숙해진다는 건


이른 아침, 서가로 이어지는 횡단보도 앞에 서 있다. 햇살이 건물 유리창에 부딪혀 눈부시게 쏟아진다. 시장 입구의 아치형 간판의 빛바랜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시장 입구 족발집 앞에는 벌써 과일 아저씨가 난전을 열었다. 조금은 낡고, 조금은 느슨한, 그러나 분명 살아있는 골목이다.
그때였다.
-안녕하세요.
낯선 목소리가 뒤에서 인사를 건넨다.
나에게? 무심코 뒤를 돌아본다. 남성이 자전거 위에 앉아 허공을 응시한 채 중얼거린다. 눈빛은 정해진 곳 없이 흐르고, 말은 대상 없는 누군가에게 마구 터져 나온다. 아무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다. 모두 무심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유별나게 신경 쓰지도 않는다. 마치 오래된 간판처럼, 다들 그를 이 마을의 일부로 여긴다.
서가가 있는 동네는 도심에서 살짝 벗어나 있다. 한때는 이 동네 안에 내로라하는 대학교가 두 곳이나 있었다. 북적이는 학생들로 시장은 번성했고, 골목마다 학생들로 걸어 다니기도 어려웠다고 한다. 다만 지금은 오래되고 낡아 을씨년스럽다.
본 대학이 옮겨가고, 지금은 그 대학에서 운영하는 특수학교가 운영 중이다. 그래서일까. 이 마을엔 말이 좀 다른 사람, 몸짓이 다른 이들, 시선이 흔들리거나 동작이 굼뜨거나, 또는 지팡이로 길을 찾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그들을 이상하게 바라보는 사람은 없다. 이곳에 있다 보면 그 다름에 눈높이를 맞추게 된다. 모르는 사람이 인사를 해도
-네, 안녕하세요.
하게 된다. 뜻이 다른 말을 해도
-그래, 알았어. 네
하고 고개를 끄덕인다.
동문서답에도, 이해할 수 없는 말에도, 이 마을 사람들은 대꾸한다. 말보다 마음을 먼저 듣는 법, 그게 이 마을의 언어다. 오늘 서가로 향하는 길에 그런 사람을 만났다. 그의 인사에 놀라고, 그의 눈빛에 멈칫했지만, 이내 나도 작은 목소리로 대답한다.
-네. 좋은 아침이에요.
이렇게 이 마을에 하루 더 스며든다. 어쩌면 이 마을은 다름을 감싸는 울타리가 있는 곳인지도 모른다. 조금 낡았지만 따뜻하고, 무겁지만 포근하다. 사람들은 다름을 외면하지 않고,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지나간다. 도심의 한복판보다 조금 느리지만 더 부드럽게 살아가는 마을일지도 모른다.

#익숙해지기
#낡은_마을에_살아요
#대명동_대명서가
#나 홀로_아침 읽기
#안녕하세요_인사건네기_인사받기

작가의 이전글샤프 할아버지의 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