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해 소녀

인생을 그럴싸하게 만드는 방법

by 다예슬


사춘기 시절 어느 날 문득 내가 진해라는 소도시에 사는

한 소녀라는 사실이 자각이 되면서 기분이 매우 묘해졌던 때가 있었다.

학교에서 강요로 읽혀진 위인전 때문인지 누구나 자라면 다 훌륭한 어른이 된다는 근거 없는 믿음이 있었던 시절이니까.

순간 에이 뭐야 그냥 촌년이잖아?

뚜렷하게 어떤 대단한 인물로 자라고 싶다는 구체적인 모습도 없었으면서 하다못해 요즘 애들처럼 돈을 많이 벌고 싶어요. 유명해지고 싶어요. 이런 생각 하나 안 했으면서

그저 오늘은 뭐 먹지? 오늘은 티비 뭐 하는 날이더라? 같은 하찮은 생각들만 하고 살았으면서.. 참 우습지.

소도시 소녀란 자각에 대해서도 심각하게 고민하진 않았고 그저 스쳐 지나가는 생각쯤으로 흘려보냈는데

좋아하는 영화를 보고 책을 읽으면서 나를 주인공으로 삼는다고 생각해 보니 그것이 아주 그럴싸한 배경 조건이 될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어느덧 봄은 왔고 벚꽃 또한 어김없이 피었다. 그것을 보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온 사람들. 우리는 꽃도 꽃이었지만 꽃을 보러 온 사람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소녀들의 마음엔 봄바람이 가득했고 봄바람을 잡고자 선생님들은 애가 탔다. 하지만 그 모습도 벚나무 아래에서 보면 한 편의 청춘 영화와도 같았다. 삐죽빼죽한 마음의 사춘기 소녀들도 4월이면, 벚꽃이 여좌천을 뒤덮은 때면 그때만큼은 마음이 둥글해졌다. 나도 그중 하나였다.'


로 시작하는 뭐 어떤 성장기랄까.

그 후로도 내 인생의 몇 장면들은 소설화 혹은 영화화되어

실제보다 덜 고통스러운 기억으로 남을 수 있게 되었다.

(이런 게 블랙코미디 아닌가)

주인공이라면 그 정도 위기는 있어야지.

나 시작은 소도시 소녀였지만 그 끝은... 찡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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