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에 대한 짧은 생각
몇 개월 전 TV를 보다 깜짝 놀랐습니다. 채용면접에서 사람이 아닌 AI를 면접관으로 한다는 소식입니다. 미국에서는 온라인 면접이 보급된 터라 AI 면접에 호응이 괜찮다고 합니다. 효율성도 좋고, 선입견이 없으니 나름 객관성도 보장된다는 거죠.
더 놀라운 것은 AI 면접관이 실시간으로 지원자의 표정 변화까지 읽어낸다는 겁니다. 기술이 더 발전하면 우리는 이제 AI를 상대로 시험을 치러야 할 듯싶네요. 우리가 만든 AI에게 우리가 다시 평가를 받아야 하니 참 기분이 묘해집니다. 당시 TV에서 AI 면접관에게 인터뷰를 치른 기자는 불합격 통보를 받았습니다.
인간을 모방하는 휴머노이드 로봇에는 수많은 첨단 기술이 집약됩니다. 특히 지능의 영역에서는 이미 인간을 넘어선 듯한 인상을 줍니다. 그러나 로봇 기술자들에게 인간의 마음과 표정은 여전히 높은 벽처럼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마음은 온 우주를 담고 있고, 표정은 그 우주가 밖으로 드러나는 것이니까요.
아무리 인간을 닮았다 해도, 최첨단의 로봇이 우리의 표정을 완벽히 흉내 낼 수 있을까요? 미묘한 눈썹의 떨림, 입꼬리의 무심한 흔들림. 그런 결을 담아내지 못하는 사람을 우린 ‘AI 같다’고 말하죠. 누군가는 오늘도 연구실 한쪽에서 인간의 얼굴에 숨어 있는 정서를 연구하고 있을 겁니다.
인간의 얼굴에는 몇 개의 근육이 있을까요? 자료를 찾아보니 대략 50여 개의 근육이 있다고 합니다. 그중 30여 개가 표정을 만드는 근육이라고 하네요. 우리는 감정에 따라 표정근육이 조합되어 최대 1만 개의 표정을 짓게 된다고 합니다.
인간의 얼굴 표정을 읽어내는 기술은, 사실 서양의 과학자들보다 수천 년 앞서 우리 선조들이 먼저 다듬어냈습니다. 얼굴의 선과 기운을 살피는 직업이 있었고, 우리는 그들을 “관상가”라 불렀습니다. 단지 표정을 넘어서, 얼굴의 형상을 보고 심성뿐 아니라 운명의 흐름까지도 점쳤다 하니, 지금 돌아봐도 놀랍습니다.
옛 선조들에게는 지금처럼 신원 확인서나 이력서가 없었을 겁니다. 공동체를 중심으로 살아가던 시절, 사람을 판단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은 얼굴, 말투, 그리고 그 사람에게서 풍기는 기운이었겠죠. 그런 면에서 관상은 신뢰와 불신을 가르는 실시간 생존의 감별법이 아니었을까 싶네요.
무엇보다도, 수많은 삶과 만남이 축적된 세월 속에서 관상은 일종의 문화적 빅데이터로 작동했는지도 모릅니다. 보이지 않는 것을 읽는 지혜, 그것이 바로 관상의 본질이었을 테니까요.
2025년 오늘, 세상도 변하고, 사람들의 눈도 달라졌습니다. 요즘은 관상이 좋다고 꼭 그 사람이 좋다고 믿긴 어렵죠. 성형 기술은 날이 갈수록 정교해지고, 얼굴 하나에도 관리의 결이 스며드는 시대니 까요. 무엇보다 우리는 갈수록 두터운 가면을 쓰고 살아갑니다. 인생이라는 무대에서, 우리 모두 각자의 배역을 연기하는 배우라 생각하면 이상할 것도 없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변치 않는 게 있습니다. 아무리 관상을 꾸미려 해도 심성에서 묻어나는 눈빛, 낯빛, 말투는 숨길 수 없다는 겁니다. 얼굴로는 가릴 수 없는, 살아온 시간이 만든 흔적, 바로 “인상”입니다. 잘생기고 말끔한 얼굴 뒤에도 눈빛 하나로 불편함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감정은 표정을 만들고, 표정은 쌓여 인상이 됩니다. 그래서 인상은 순간이 아니라, 한 사람이 살아온 마음의 풍경입니다. 관상은 부모님이 물려준 얼굴이라 어쩔 수 없다 해도, 인상은 내가 선택한 삶의 태도에서 비롯됩니다.
그리고, 누군가 당신에게 “인상이 좋다”는 말을 자주 건넨다면, 그건 단순한 외모가 아니라, 당신의 삶에게 보내는 최고의 찬사입니다.
그래서 당신은 참 좋은 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