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에 대한 짧은 생각
봄비가 내리는 주말입니다. 현관 앞 화분들이 덕분에 싱그러워졌습니다. 여남은 개의 화분에서 올망졸망 꽃들이 피어 오가며 기분이 참 좋았습니다. 한때 애정을 쏟았던 꽃이었는데, 관심이 시들해지자 물주는 걸 자주 잊었더니, 결국 시들어가더군요. 무엇이든 때가 있는 모양입니다. 어제오늘 내린 봄비가 다시 화초를 살려주었습니다.
아재 개그 하나 해보죠.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게 뭘까요? 눈꺼풀입니다. 천하장사도 졸리면 눈꺼풀을 들어 올릴 수 없으니까요. 그럼, 가장 가벼운 건 뭘까요? 말입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쉼 없이 쏟아내는 말. 공기보다 가볍고, 빛보다 빠르게 퍼지는 말이죠.
말 한마디가 참 요물스럽습니다. 깃털처럼 흩어지고, 무쇠처럼 짓누르다가, 송곳처럼 찌르고, 솜이불처럼 감싸줍니다. 이렇게, 말은 가장 가벼운 무게로 가장 무거운 흔적을 남깁니다.
말의 무게를 잴 수 있는 저울이 있다면, 그건 '마음'일 겁니다. 말을 내뱉는 사람은 모릅니다. 듣는 사람만이 그 무게를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예부터 우리는 말의 무게를 조심하라 배워왔습니다. 온 삶을 통해 말의 무게를 경험하고 있으니까요.
“입(말)은 재앙이 들어오는 문이고, 몸(행동)은 재앙이 싹트는 근본이니, 모두 엄히 지켜 절대 가볍게 다루지 말라.” 고려후기 고승 야운비구의 <자경문>에 나오는 경구입니다.
“혀는 곧 불이요, 불의의 세계라. 혀는 능히 길들일 사람이 없나니, 쉬지 아니하는 악이요, 죽이는 독이 가득한 것이라.”, 성경 <약 3:6~8> 구절입니다.
“말은 생각을 담는 그릇이다. 생각이 맑고 고요하면 말도 맑고 고요하게 나온다. 생각이 야비하거나 거칠면 말 또한 야비하고 거칠게 마련이다.” 법정스님께서 법문에서 하신 말씀입니다.
우리 속담도 같은 이야기를 전합니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
“혀 밑에 도끼 들었다.”
“말이 씨가 된다.”
이쯤 되면 말은 곧 사람의 인격이고, 인생의 방향을 결정짓는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 말, 사실일까요? 조선시대 천냥이면 기와집 한 채 값이라던데, 대체 어떤 말을 했길래 기와집 한 채를 얻었을까요? 아마도 얼었던 마음을 녹이고, 깊게 박힌 가시를 뽑고, 상처받은 자존심을 살며시 어루만진 말이었겠지요.
“언제 식사 한번 하시죠”
듣기 참 좋은 말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깨달았습니다. 이 말은 형식적인 인사인 경우가 많더군요. 진심으로 식사 자리를 빌려 만나고 싶은 사람은, 한마디를 덧붙입니다.
“저는 이날 저 날이 괜찮은데, 언제가 좋으세요?”
그 작은 덧붙임 속에 말의 무게와 마음의 진심이 숨어 있더군요.
이렇게 우리는 오늘도 누군가와 말을 주고받으며 서로의 마음에 저울을 올리고, 때론 덜어내고, 때론 채우고 있습니다. 그러니 무게 없는 말이 서로에게 상처가 되지 않도록, 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기분 좋은 말들로 일상을 채워보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