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이유, 가 뭐야?

이유에 대한 짧은 생각

by 읽는 인간

잘 지내지?

네. ㅎㅎ, 별일 없어요.

아들과 가끔 주고받는 카톡입니다.


별일 없이 잘 지낸다는 것은, 주위 사람들과 조화를 이루며 잘 살아가고 있다는 뜻일 겁니다. 그 마음을 알기에 우리는 짧은 톡으로 서로의 안부를 응원합니다. 언어와 문화가 다른 곳에서 사람들과 어울려 산다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더 섬세한 노력이 필요할 테니까요.


주위 사람들과 어울려 산다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때로는 상대방의 말이나 행동이 도무지 이해되지 않을 때가 있죠. 그럴 땐 습관처럼 ‘이건 뭐지?’라는 반응이 먼저 나오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시선을 조금만 달리해 ‘이건 뭐지?’ 대신 ‘저러는 이유가 뭘까?’라고 물어본다면, 상대방을 바라보는 눈이 한결 넓고 깊어질 수 있습니다.


원인을 알면 사건이 보이고, 이유를 알면 사람이 보입니다.


통계에 따르면, 결혼하는 부부 절반은 1~3년가량의 연애기간을 거쳤다고 합니다. 그리고 결혼한 부부의 35%가 9년 이내에 이혼하며, 전체 평균 혼인 지속기간은 17년이라고 합니다. 수치만 봐도 알 수 있듯, 결혼생활을 오래 유지하는 건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지금 제가 겪는 결혼생활의 크고 작은 갈등 역시 특별하거나 예외적인 경우는 아닐 것 같습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면, 참 이상합니다.

연애 시절의 우리는 서로만 바라보았습니다. 그 뜨겁던 시간 끝에 자발적으로 ‘결혼’이라는 제도 속에 들어서고, ‘부부’라는 이름으로 함께 살아가기로 약속했습니다. 달콤하고 따뜻한 가정도 꿈꾸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매 순간이 좋을 수만은 없었습니다. 어느 순간은 서로가 가장 큰 상처를 주는 존재로 변해 있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사랑했던 두 사람이, 왜 이렇게 변해 버린 걸까요? 이 변화를 우리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연애할 때는 그러지 않았는데 결혼 후 사람이 달라진 걸까요? 아니면 원래 그런 사람인데 연애할 때는 몰랐던 걸까요?


관점을 바꾸어 보면 그 ‘이유’를 조금은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나의 시선이 아닌 상대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입니다. 우리는 익숙한 사람이 자신의 기대나 예상과 다른 모습을 보이면 당황하거나 분노합니다. 때로는 배신감이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적개심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하지만 상대가 나의 기대나 예상을 반드시 맞춰주어야 할 의무가 있을까요? 적어도 독립된 의지와 감정을 지닌 인간이라면, 그렇지 않습니다.


인간은 본래 다양한 모습과 성향을 지니고 있습니다. 다만 성장 과정에서 특정 성향이 두드러지게 발달할 뿐입니다. 그리고 상황이나 필요에 따라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다른 모습이 언제든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상대가 변했다’고 단정하기보다, ‘아, 이런 모습도 있었구나’ 하고 받아들이는 편이 더 현명한 것 같습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하는 말과 행동, 심지어 실수까지도 그 뒤에는 반드시 어떤 동기가 작용합니다. 이를 프로이트는 ‘무의식적 동기’라 불렀고, 정신과 의사 사울 박사는 ‘아동기 감정양식’, 이동식 박사는 ‘핵심감정’이라 표현했습니다. 명칭은 다르지만 뜻하는 바는 같습니다. 그 사람이 그렇게 행동하는 데에는 반드시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입니다.


인간의 갈등 뒤에는 언제나 이런 이유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를 들여다보는 순간, 오해는 서서히 풀리고 감정은 잦아듭니다. 누군가를 이해하려는 마음은 결국 상대가 아니라 나 자신을 변화시킵니다. 그리고 깨닫게 됩니다. 우리가 사랑 때문에 함께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끝까지 이해하려는 노력 때문에 함께 살아간다는 사실 말입니다.


이유’를 묻는 것은 단순한 호기심이 아닙니다. 그것은 상대의 세계로 들어가는 첫걸음이자, 진정한 이해의 시작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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