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가끔 울었다》

06. 말이 사라진 자리에서

by 서원

나는 여행을 좋아한다

떠나온 자리의 공허 위로

스며든 새로운 기운은

내 존재를 일깨우며 다시 생각하게 했다


그 낯섦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순간

나는 더 이상 이전의 내가 아니었음을

자아로부터의 일시적인 이탈

그 해방감은 깊은 내면에서 솟아오르는

기쁨으로 전환되었고

그 감정은 마치 '나'라는 존재가 다시

태어나는 순간으로 마주한다


훌쩍 떠나온 자리에

낯선 공기가 스며들고

그 공간을 천천히 내 안에 들인다


숨을 크게 내어 쉬어 본다

익숙한 나로부터 벗어난 해방감

말로 다할 수 없는 쾌감으로

나를 흔들었다


유럽여행은 세계역사가 담겨있다

모든 곳에 스토리가 담겨 있는 재미있는 거리

볼거리들로 가득 차 있지만

나는 늘 먼저 미술관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들의 붓질이 남긴 이야기 앞에

오래 머물며 그들을 느꼈다


작은 캔버스 속에 담긴 하나의 표정

자유롭게 때로는 절제된 구도속에

작가의 사상과 정신세계

그들의 주어진 환경과 사랑 속에

갤러리는 온갖 얘기들로 가득 차

즐거움을 주었다


딸아이와 함께한 여정이었지만

그 순간만큼은 나는 철저히 혼자였다

누구의 엄마도 아내도 아닌

순수한 감각의 주체로서의 '나'였다.


모나리자를 처음 마주했을 때,

눈썹 없는 얼굴

말 없는 미소가

오묘하고 신비롭게 다가왔다


그림을 오래 들여다보는 일은

곧 내 안을 들여다보는 일


너는 누구니 어디서 무얼 하다 왔니

그러다 문득

그 질문은 그림에게가 아닌

나 자신에게 향하고 있었던 것을 깨달았다


그림 앞에 멈춰 선다는 건

그 짧은 무시간의 순간 속에서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느끼고 있는지

다시 연결되는 기분을 느꼈다


그런 순간 살아있음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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