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조용히 걷는다는 건
나는 늘 우아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힘듦을 견디고도
부드러운 말투를 잃지 않는 사람
슬픔이 지나간 자리를
고요히 닦아낼 줄 아는 그런 사람
그러나 삶은
우아함을 허락하지 않는
날들의 연속이었다
아이를 돌보며
거친 시간을 눌러가며 살았다
감정을 말하기보다
삼키는 법을 먼저 배웠고
무너지기보다 참는 쪽을 택했다
그리고 어느 날
나는 그냥 무작정 걷기 시작했다
처음엔 그냥 몸을 움직이고 싶었다
복잡한 마음을 단순하게 만들고 싶어서
그러다가 걷다 보니
마음이 정화되며 정돈되는 걸 느꼈다
길을 묻지 않고
대답도 요구하지 않았으며
그저 나와 함께 무작정 걸어주었다
조용하고 은근하고도 아주 느릿하게
걷는 동안
나는 그 누구도 아닌
삶의 무게를 내려놓고
순수하게 존재하는 한 사람
그저 '나'였다.
흙길을 걸으며 느껴지는 발의 감촉
푸드덕 거리며 날아가는 이름 모를 새소리
바람에 살랑이는 나뭇잎새들의 수다
나는 비로소 깨달았다.
우아함은 타고나는 것보다
삶의 구부러진 길을 성실히 걸은 자에게만
주어지는 '격'이라는 것을
말없이 길을 걷는다는 건
세상을 향해
나는 지금 나를 지키는 중이라고
속삭이는 행위였다
그 조용한 저항이
내 삶을 아름답게 만들었다
이제 나는
흐트러지지 않기 위해
억지로 버티지 않으며
흔들리면서도
제자리를 찾아가는 사람이고 싶다
그게 내가 생각하는
진정한 우아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