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가끔 울었다》

09. 슈베르트의 피아노가 흐를 때

by 서원

힘이 들 때면 나는 슈베르트를 찾는다

우울하거나 생각이 많아질 때도

답답한 공간 속에 숨 쉬고 싶을 때

나는 어김없이 슈베르트에게로 달려간다


그의 음악은 치유의 효과가 있다

서정적이고 감성적인 그는

가라앉은 내 기분을 감싸 안으며

말없이 음악으로 자신을 표출한다

때로는 감미롭고 부드럽게

때로는

폭풍우가 몰아치듯 강렬하게 불을 뿜어낸다


마왕이 그렇다

듣고 있다 보면 온몸에 진땀이 나며

어두운 배경에 두려움으로 휩싸인다

곧 나를 잡아 삼킬듯한 분위기

나는 두 손으로 눈을 가린다

그리고는 고요 속으로 흘러간다

따라 흐른다


어느새 잔잔히 다가오는 선율이

차분히 내려와 앉는다

그의 음악을 듣고 있노라면

감정을 억누르며 살아온 내게

조용하고도 깊게 전달되곤 했다


특히

피아노 소나타 20번 D959 D960

2악장이 흐를 때면

나는 어김없이 무너졌다.

잔잔하게 시작했다가

갑자기 감정을 폭파시키는 전개는

마치 오래 참고 살던 내 안의 울분이

마침내 목소리를 낸 듯했다


음악은 위로하지 않고

그저 나와 함께 울어 줄 뿐이었다


세레나데, 자장가, 숭어, 마왕, 즉흥곡

그 어떤 곡도

내 삶을 말하지 않았지만

억눌린 감정을

치유하기엔 부족함이 없었다


혼자 음악을 듣는 밤이면

나는 처음으로

내 슬픔을 외면하지 않았다.

감정을 꺼내 보여주지 않아도

이해받는 기분

그게 얼마나 오래

얼마나 간절히 원해온 것인지

그때서야 알게 되었다


아이를 키우며 삶을 견디며

나는 강해졌지만 동시에 무뎌졌다

그 무딤은 감정의 보호막이었고

그 안에

나는 스스로를 감추었다


하지만

음악은 그런 나를 꺼내주었다

소리라는 이름과

멜로디라는 말 없는 언어로


슈베르트의 음악은

그 감정들을 다시 살려냈고

나는

그 감정들을 글로 옮겨

살아 있는 나를 보여준다


감정이 흐른다는 것

그건 살아 있다는 것이다

그래! 나는 살아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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