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엄마였기에 나는 존재한다
나는 오랫동안
엄마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그 이름은 따뜻했지만
그만큼 나를 잊게도 만들었다
아이를 낳아
진자리 마른자리 갈아
눕히고 입히고 먹이고
뒤치다꺼리하다 보니
내 감정은 자주 뒤로 미뤄졌고
나의 욕망은 조용히 사라졌다
내 목숨보다 사랑하는 자식들
그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나의 존재는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아니
내 존재라는 건 생각할 겨를조차 없었다
그렇게 구름은 몇 번의 산을 넘고
물을 건너
어느 듯
인생 반환점을 돌았고
이제야 구부정한 허리로
어정쩡하게 서 있는 내가 보였다
그 속에서 처음으로
나라는 사람의 숨소리가 들려왔다
인생이 잠시 멈췄다
일상 속의 시계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고요가 찾아왔다
그리고
내가 이끄는 길을 따라 천천히 천천히
걸어 들어갔다
나의 길로
엄마였던 시간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존재한다
나는 충분히
의미 있는 존재다
과거의 나
지금의 나
그리고 앞으로 살아갈 나까지
모두 사랑한다
비로소
나는 나의 이름으로 서 있다
그리고 그 이름으로
조용하고 단단하게 살아갈 것이다
'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